[우리말 바루기] 발자국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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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생강나무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었는데도 여러 곳에 또 폭설이 내렸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았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데 올 한 해 농작물도, 나라 살림도 대풍이 들기를 기대해 본다.

눈 위에 발을 내디디면 ‘발자국 소리’가 날까. “그는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가기를 기다렸다”에서처럼 ‘발자국 소리’란 표현을 흔히 쓴다. 하지만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뜻하는 단어다. ‘손자국’이 소리 나지 않듯 ‘발자국’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발을 내딛는 소리’는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처럼 ‘발소리’로 표현하면 된다. 한편 ‘강가의 모래톱에는 철새들이 남긴 발자욱이 가득했다’처럼 ‘발자욱’을 ‘발자국’과 같은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발자욱’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관련 단어로 ‘발짝’이 있는데 이는 ‘발을 한 번 떼어 놓는 걸음을 세는 단위’를 이르는 말이다. “아기는 한두 발짝 떼어 놓다가 주저앉았다”처럼 쓸 수 있다. 발자국은 ‘발짝’과 같은 의미로도 쓰인다. “그는 놀라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가 그런 사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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