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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개혁 측면서 광주·전남 통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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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광주.전남 간의 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3만3000여명의 주민 서명과 여야 의원 1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광주.전남의 통합운동은 대구.경북의 유력인사 및 타 지역 국회의원들까지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동안 전개돼온 이 지역 통합운동과는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광주.전남의 통합운동은 전남도청의 이전을 계기로 발생한 지역문제였다. 반면 이번의 움직임은 국가적 구조조정을 시도하고자 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도청 이전과 상관없는 대구.경북이 함께 나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주.전남의 통합문제는 광주에 소재하고 있는 전남도청을 무안지역으로 이전하는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도의회 의결과정의 적법성과 이전 추진 속에 내재된 정치논리에 대해 반발이 일면서 논쟁이 확대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 통합문제를 도청 이전 여부와 연관해 추진해서는 그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보다 거시적으로 낭비를 절약으로, 비능률을 능률로 바꾸겠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성질의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면적이 9만여㎢에 불과한 메뚜기 만한 나라다. 그 작은 나라에서 각 지역은 인구가 100만명에만 근접하면 인근 군(郡)을 끌어들여 광역시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아 성남시와 전주시도 광역시가 된다. 마산과 창원도 통합해 광역시가 되고 그러면 경남도청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충북에도 하나는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니 청주시와 청원군을 합쳐야 할 때가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다, 가히 국토가 광역시로 조각조각 쪼개겨 '광역시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비효율과 비능률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처럼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을 때는 도시와 농촌의 기능.역할을 분리해 생각할 수가 없다. 양 지역의 상호 보완 속에서만 참된 지역발전이 도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광주와 전남이 대표적인 경우다. 전남을 떠난 광주가 존재할 수 없고 광주를 등진 전남의 발전도 생각할 수 없다.

수자원, 쓰레기처리 등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시.도 통합을 통한 광역화는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관광자원의 활용과 홍보활동 및 도.농 간 경제교류를 통한 효율성 제고에도 시.도 통합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시.도 통합이 가져 올 수 있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시.도 통합문제는 또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행정 개혁적 측면에서 추진돼야 할 일이다. 전국의 행정구역을 재편하면서 자연스럽게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 등 기존의 지방색을 허무는 방향으로 큰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지역갈등 극복을 통한 국민통합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오수열 조선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