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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내 고장 역사인물 마케팅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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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역사 마케팅에 나섰다. 지역과 관계가 있는 역사 인물을 발굴해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고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경남 함양군의 연암 물레방아공원(왼쪽)과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서 만덕제를 올리는 제주 시민들(가운데). 경남 남해군의 유배문학관 조감도.

경남 함양군은 내년 1월까지 상금 5000만원을 걸고 연암(燕巖) 박지원(1737~1805) 일대기를 그린 장편소설을 공모 중이다. 조선 최고 실학자로 『열하일기』 『허생전』 등 작품을 남긴 연암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고 함양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연암은 조선 후기에 청나라 사신으로 다녀온 뒤 안의현(오늘날 함양군 일부) 현감으로 부임, 물레방아를 실용화하는 등 백성들을 위해 선정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함양군 이봉희 문화예술담당은 “문학과 문화의 시대다. 연암에 대한 지역 연고권을 높이면서 공모한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드라마를 제작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양군은 5년 전 ‘지리산 문학제’를 개발, 매년 지리산문학상과 최치원 신인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 문학제에는 매년 전국의 시인·평론가와 문학도 200여 명이 참가한다.

남해군은 지난달 ‘남해군 김만중 문학상 조례’를 제정했다. 조선시대 남해군 상주면 노도에 유배된 서포(西浦) 김만중(1637~92)을 기리는 이 문학상은 상금만 1억원에 달한다. 고려~조선시대에 200여 명의 문인이 남해로 유배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활용해 유배 문학을 지역 대표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취지다. 군은 지난해 5월 남해읍 남변리에 전시실·영상실·야외공연장 등을 갖춘 유배문학관 건립에 들어갔다.

전남 해남군은 조선시대 이후 지역 출신 작가를 기리기 위해 해남읍 고산(孤山) 윤선도 유적지 인근에 2012년까지 ‘땅끝순례문학관’을 짓는다. 고산 윤선도, 석천(石川) 임억령 등 조선시대 문인과 김남주·고정희·황지우 등 근·현대 문학가 160여 명의 작품 등을 소개해 관광객을 끌기 위해서다. 문학관은 백일장, 시 창작 교실, 청소년 문학캠프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 시문학의 1번지’로 만든다는 게 해남군의 목표다.

지역홍보에 효과적인 드라마 제작비 지원도 활발하다. 제주도는 의인 김만덕의 일대기를 다룬 방송사의 드라마 ‘거상 김만덕’의 제작비로 10억원을 지원했다. 김만덕(1739~1812)은 조선 정조 16~19년(1792~95) 제주도에 극심한 흉년이 들자 사재를 털어 본토에서 보리쌀 500석을 구입해 주민에게 나눠줬다. 김해시는 다음 달 본격 촬영될 가야 건국설화를 다룬 드라마 ‘김수로’에 어방동 분성산 일대에 완공 단계에 있는 ‘가야역사 테마파크’를 주 촬영장으로 무상 제공한다. 드라마에 사용될 미술품 제작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해석·황선윤·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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