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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례 유교 본향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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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한국의 유림단체 ‘박약회’ 회원들이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취푸현에 있는 공자의 사당인 대성전 앞에서 한국의 전통 예법에 맞춰 제사를 올리고 있다.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에서 한국인 552명이 참여한 '공자 치전(致奠:제사)' 행사가 25일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동안 열렸다. 올해는 공자 탄신 2555주년. 제사는 한국의 유림(儒林) 단체인 '박약회'(博約會.회장 이용태 삼보TG컴퓨터명예회장.71)가 주관했다.

산둥성 관광청.취푸현 정부는 한국인들이 공자의 사당인 대성전 내부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배려했다. CCTV 등 중국 언론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은 공자 탄생일(9월29일)에 맞춰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공자치전 등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행사를 처음 치렀었다. 과거 공자를 '봉건주의의 옹호자'라고 평가절하하던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제사는 한국의 전통 제례복을 입은 진행자들이 네 번 절을 하고 음식과 향을 올리며 시작됐다. 이 회장이 공자의 영정 앞에 첫 잔을 드리는 초헌례를 하고 축문을 낭독했다. 방문단 전원이 일제히 절을 하고, 둘째.셋째 잔을 올리며 진행자들이 다시 네 번 절한 후 촛불을 끄면서 제사는 끝났다. 한국에서 제작해 간 제기는 제사 후 대성전에 기증됐다.

이 회장은 "전통 예법이 남아 있는 한국의 제례 형식을 유교의 본향에 와서 보여줬다"고 말했다.

공자의 76세손인 콩린런(孔令仁.80.여.산둥대 역사과) 교수는 "1931년 한국의 유교연구회 회원들이 취푸에 와서 제사를 드린 이래 70여년 만에 이뤄진 한국인의 대규모 제사"라며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면서 전통 문화와 예절도 지켜 온 한국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이날 저녁 취푸현 정부 초청으로 대형 야외극장인 '행단(杏壇.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에서 무용극 '행단 성몽(聖夢.행단에서의 공자의 꿈)'을 관람했다.

박약회는 퇴계 이황 선생의 유학 이념 계승을 목표로 1987년 창립됐다. 회원은 4000여명.'박학'이란 명칭은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박학이문 약지이례(博學以文 約之以禮.널리 학문을 배워 그것을 예절로 요약해 실천한다는 뜻)'에서 따왔다.

취푸=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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