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한국, 8연속 세계 반상 제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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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이 국가대항전에서 8연속 우승을 차지해 바둑에 관한한 세계최강국임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또 이창호9단은 우승컵이 걸린 최종 결승전에서 심오하고 유연한 과거의 행마를 다시 선보이며 일본의 가토 마사오(加藤正夫)9단을 완파함으로써 LG배에서 이세돌3단에게 당한 패배를 딛고 완연한 회복세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이번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벌어진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1억5천만원)3라운드는 한국이 우세하리란 전망속에서 시작됐다.

한국은 루키 최철한3단이 1번타자로 나서 망외의 3연승을 거두는 바람에 최명훈7단,조훈현9단,이창호9단등 주력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

그러나 뚜껑을 열고보니 일본과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14일의 첫 대국에서 한국의 최명훈7단이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에게 패배하자 한 ·중 ·일 3국은 모두 2명씩의 선수가 남게됐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15일 일본의 신예강자 야마시타 게이고(山下敬吾)7단이 중국의 창하오9단을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다.지난해 21세의 나이로 일본 7대 타이틀의 하나인 기성(碁聖)을 획득한 야마시타는 예상을 뒤엎고 강공 일변도로 나가 창하오를 압도했다.

그러나 야마시타의 전투력은 ‘전투의 대가’ 조훈현9단을 만나자 빛을 잃었다.16일 조훈현9단은 야마시타9단과 난전을 벌인 끝에 4집반을 이겼고 다시 17일 중국의 마지막 주자인 위빈(兪斌)9단에게 역전승을 거두는 수훈을 세웠다.

조9단은 그러나 18일 일본의 노장 가토 마사오9단의 두터움에 밀려 3집반을 지는 바람에 3연승에 실패했고 연승보너스 1천만원도 놓쳤다.

이리하여 우승컵의 향방은 마지막 한판,이창호9단대 가토9단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9단은 전에도 ‘대마킬러’라 불리는 가토9단의 힘에 밀려 패배한 일이 있었다.만약 이9단의 컨디션이 계속 답보상태라면 승부는 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19일 이창호는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주는 명국을 두었다.기보에서 보듯 49,53의 행마는 심오했으며 67부터의 변신은 유연했으며 우상에서 수읽기는 빈틈이 없었다.

국가대항전은 1993년부터 SBS배,진로배,농심신라면배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8번을 치렀는데 한국이 모두 우승했다.

1997년 서봉수9단이 내리 9연승을 거둔 때를 제외하면 대개가 막판 한판으로 우승을 가리는 아슬아슬한 승부였는데 한국은 조훈현9단 또는 이창호9단이 이 단판 승부에서 모두 승리했던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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