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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장 당선자 들라노에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그래요. 나는 동성연애자입니다. "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 당선자는 1999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당당히 동성연애자임을 밝혔다.

그 이후 그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았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각계 지식인들의 지지가 쏟아졌다. 여론도 그의 용기를 칭찬했다.

그가 파리 시장 출마를 결정한 것도 이 무렵이다. 지난해 3월 자크 랑 현 교육부장관을 물리치고 사회당의 후보가 된 뒤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이 들라노에를 선택한 것은 그의 생활밀착형 공약에 기인한 바 크다.

파리의 교통난을 해결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그는 시외곽 환승주차장의 주차료를 내리고 전차 노선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원 폭력과 청소년 범죄를 막기 위해 1천명 규모의 지방경찰을 창설하고 젊은 실업자 1천명을 학교 주변 치안요원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지방세를 더 올리지 않고 공공부채를 지출의 46%에서 42.5%로 끌어내리겠다고 공언했다.

장 티베리 현 파리시장과 전임자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연루된 파리시의 각종 의혹의 고리를 끊고자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한 행정을 펴겠다고 공약한 것도 유권자들을 사로잡은 요인이다.

튀니지에서 태어난 들라노에는 72년 사회당에 입당해 정계에 입문한 뒤 81년 파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했고 93년 사회당의 파리지구 제1서기 자리에 올랐다.

당 대변인을 거쳐 95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조스팽 총리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조스팽과도 교분이 깊다. 그해 파리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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