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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법 SW 단속 벤처등 기업들 '비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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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5일 시작된 정부의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 단속에 로열티 지급없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온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프로그램 무단 사용 근절' 방침과 '준비기간을 안 준 단속 및 그에 따른 부작용' 을 지적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부딪치고 있는 것.

특히 단속에 맞춰 일부 소프트웨어 업체가 기존 거래가보다 비싸게 프로그램을 사도록 요구, 기업들이 연대해 불매운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단속을 피해 컴퓨터를 감추거나 관련 직원들을 재택근무 등으로 빼돌려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적잖은 충격을 던지며 2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번 단속은 검찰.정보통신부.행자부가 합동으로 진행 중이다.

◇ 한숨 쉬는 기업들〓서울 중구에서 인쇄업을 하던 金모(42)씨는 "열명 남짓한 직원들 월급도 밀린 판에 단속을 맞아 지난주 회사 문을 닫았다" 고 말했다.

단속으로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처 정품을 구입하지 못한 일부 기업은 단속기간 중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벤처사들이 밀집한 서울 테헤란밸리.대전 대덕밸리 등에는 절반 가까운 벤처사가 업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업계에선 말한다. 단속을 피해 2주째 재택근무 중인 K벤처사의 웹디자이너 孫모(27.여)씨는 "회사내 컴퓨터를 창고에 다 옮겼고, 전산실 직원들은 PC방으로 출근 중" 이라고 말했다.

◇ 외국 프로그램 업체와 갈등〓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입 요구를 지적하고 있다.

대덕밸리내 2백여 벤처기업들은 20일 MS사 제품 불매운동 선언식을 갖기로 했다.

대덕넷 이석봉(39)대표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의 경우 공동구매 형식의 AA계약(협회임대계약)을 해 지금까지 프로그램 한개당 13만여원에 구입해왔다" 며 "그러나 단속이 시작되자 MS사 영업직원이 80만원대의 정품 판매만을 고집해 공동 대응하기로 결의했다" 고 밝혔다.

국산 소프트웨어 판매업체인 K벤처의 崔모(33)씨는 "국산 프로그램은 기업 단체구입시 3만원을 넘지 않지만 최근 강매되다시피하고 있는 MS사의 엑셀 프로그램은 30만원이 넘는다" 고 말했다.

◇ 단속 절차에도 반발〓YMCA 열린정보센터의 김종남(36)간사는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정부의 불법 복제 단속은 절차상 불법" 이라며 "정부가 전국민을 예비범죄인으로 규정했다" 고 비판했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프로그램 업체의 단속업무를 대행하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홈페이지(http://www.spc.or.kr)에 항의 글을 올리는 '온라인 시위' 를 벌여 18일 현재 이 홈페이지는 접속불능 상태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의원은 최근 "자금난을 겪는 국내 벤처기업들이 회사 자본금에 버금가는 비용의 정품을 일시에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는 의견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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