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김옥경 수의과학검역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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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구제역 방역의 일선 총사령관인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김옥경(金玉經.57)원장은 3주째 구제역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사신(死神)' 과 싸우고 있다.

- 구제역이 왜 무서운가.

"가축 전염병 중 전염이 가장 빠르고 뿌리뽑기 어렵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의 인후부에서 1년 가까이 잠복한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경제적 피해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난다. "

- 한국은 지난해 66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해 3천6억원을 투입했다. 구제역을 진압하는 데 성공한 것인가.

"강력한 초동 대응이 대형 재해를 막았다. 지난해 3월 24일 경기도 파주에서 한 주민이 나흘 전부터 침을 흘리던 소를 광견병에 걸린 것으로 오인해 신고했다. 신고가 빨랐던 게 다행이었다. 구제역이라고 판단되자 곧바로 군경을 동원해 반경 3㎞.10㎞.20㎞의 세겹 포위망을 치고 주민.가축의 이동통제, 주변 가축의 도살작업을 벌여 확산을 막았다. "

- 홍성은 초동 진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발병한 지 열흘 만에 신고가 접수됐다. 파주는 한 가구만 발병했지만 홍성에서는 열건으로 늘었다. 구제역 진압은 빠른 신고와 강력한 초동 대응이 생명이다. 그래서 올해부터 구제역 신고 포상금을 인상했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파속도가 매우 빨라 예방접종을 했다. 예방접종 후 1년 동안 구제역이 없어야 구제역 청정국이 될 수 있다. "

- 올해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가.

"몽골과 대만.태국.홍콩 등에서 구제역이 발병해 한반도가 포위된 상황이다. 중국에도 발생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구제역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여름까지 대부분의 소.돼지에 예방접종을 마쳤지만, 6개월이 지나면 면역력을 잃는 것도 문제다. "

- 지난해 구제역이 유입된 경로는 밝혀졌나.

"해외여행객.수입 건초.황사 등 세가지 경로에 혐의를 두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론 해외여행객에 묻어왔을 가능성이 가장 크고, 다음이 수입 건초며 황사로 전염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따라서 공항.항구 등 국경 검역이 중요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ph9 이상의 산성이나 ph6 이하의 알칼리성 제제(製劑)로 쉽게 소독할 수 있다. "

- 황사가 주된 요인이 아닐 것으로 보는 이유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강하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무척 약하다. 섭씨 70도 이상으로 1분 동안 가열해도 죽고 태양의 자외선에 노출돼도 죽는다. 따라서 황사가 주된 요인이라면 그것과 함께 습기.구름 등 다른 기상조건들도 맞아야 한다. "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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