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러시아는 극우파의 인종주의적 야만 척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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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수 중이던 한국인 대학생이 러시아 청년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사망한 지 채 3주도 지나지 않아 우리 유학생이 또다시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그제 모스크바에서 발생했다. 가면을 쓴 두 명의 괴한이 유학생 심모씨에게 접근, 그중 한 명이 칼로 목 부위를 찌르고 달아났다는 것이다. 충격과 분노를 넘어 러시아에 대한 공포가 앞선다. 러시아가 공권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법치·문명 국가가 맞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극동 알타이 국립사범대에 단기 연수 중이던 광주교대 학생 강모씨가 알타이주 바르나울시에서 스킨헤드족으로 추정되는 현지 청년 3명에게 이유 없이 맞아 숨진 것이 지난달 15일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0일 만에 이런 불상사가 또 발생했다.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0대 한국인 유학생 두 명이 흉기에 찔려 부상했고, 2007년에는 한국인 유학생 한 명이 집단구타를 당해 치료를 받다 숨졌다. 지난해에는 단기 어학연수 중이던 여대생이 인화성 물질을 이용한 화상(火傷)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 유학생을 겨냥한 조직적 테러 시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더 이상 말로만 해선 안 된다.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범인들을 붙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한국인 유학생과 교민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정부도 최대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서는 스킨헤드족이 연루된 215건의 범죄 행위가 발생해 74명이 숨지고, 280명이 부상했다. 극우적 인종주의가 판치는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고, 유학을 가겠는가. 러시아는 문제의 심각성을 똑바로 인식해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인종주의적 야만행위 근절을 최우선 국가 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