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입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 22명을 합격시키며 천안·아산지역 최고의 실적을 거둔 천안북일여고. 2학년 2반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 [조영회 기자]
신진호 기자
2010학년도 대입에서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낸 곳이 천안북일여고다. 서울대 5명을 비롯해 연세대 4명, 고려대 13명, 이화여대 13명, 성균관대 7명, 서강대 7명, 한양대 8명, 한국외대 5명, 중앙대 8명, 경희대 14명 등이다. 모두 지방캠퍼스를 제외한 숫자다. SKY를 포함해 소위 ‘서울 소재 10대 명문대학’에 84명이 진학했다. 졸업생 309명 가운데 27%가 명문대에 입학한 것이다.
졸업정원 대비 합격자 수 최고
천안북일여고는 2010년 명문대 입시에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서울대는 3명에서 5명으로 증가했고 연·고대는 7명에서 17명으로, 이화여대는 9명에서 13명으로 높아졌다. 성균관·한양대는 8명에서 15명, 서강·중앙·경희대는 23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북일여고는 서울대와 연·고대를 합쳐 22명으로 천안·아산지역 최다 합격자를 배출했다. 북일여고의 진학실적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졸업정원 대비 합격자 수가 많다는 점이다.
북일고가 454명, 천안고가 392명, 중앙고가 567명이지만 북일여고는 309명에 불과하다. 남고보다 100~250여 명이 적은데도 더 나은 실적을 낸 것이다.사범계열·교대 입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교대 5명을 포함해 사범대 18명 등 23명이 진학했다. 지방국립대 진학실적도 만만치 않다. 충남대 43명, 충북대 15명, 공주대 18명 등 충청권 주요 국립대 3곳에 76명을 보냈다.
3년간 가르치는 ‘책임 교사제’
북일여고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 번 학년부장을 맡으면 3년간 맡는 식이다. 예를 들어 1학년 학년부장이 되면 2, 3학년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담임교사와 과목별 교사도 대부분 그대로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이 학생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꿰뚫고 개개인에 맞는 수업방법, 진학지도까지 완성을 시킨다.
북일여고는 학생들이 집에 가지 않기로 유명한 학교다. 휴일은 물론 명절 연휴 때도 3학년 150여 명이 나와 공부할 정도다. 수능을 한 달여 앞둔 지난해 추석(10월 3일)에는 100여 명이 자율적으로 공부를 했다. 이런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도 휴일을 모두 반납했다. 학생들이 나오니 교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야간자율학습도 12시까지 이뤄진다. 학교에서 모든 공부가 이뤄지다 보니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사교육에 목을 맨 일부 신입생 학부모들이 학기 초 “학원에 보내야 한다”며 반대했다가 1학기를 마치기 전에 “다시 학교로 보낸다”며 손을 들 정도라고 한다. 학교를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3학년 부장을 지낸 송두현 교사는 “방과 후 활동을 강화하고 명절이나 연휴 때도 100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할 정도로 열의가 뜨거웠다”며 “야간에도 12시까지 공부했고 사교육보다 공교육에 중점을 둔 게 좋은 실적을 낸 밑바탕이었다”고 강조했다.
송 교사는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이 학생들 몸에 배어있다”고 말했다.
북일여고의 가장 큰 장점 하나는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 엄격함 보다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 창의적 사고력을 높였고 성취욕구도 북돋웠다. 진학지도 때도 단순히 ‘명문대 실적’보다는 학생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북일여고 이상국 교감은 “학생과 교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결과”라며 “재학생들이 ‘선배들이 세워 놓은 전통을 이어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2011년 대입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안북일여고 이상국 교감
연휴도 반납하고 등교한 학생들 노력 결실
Q 진학실적이 크게 높아졌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이뤄낸 결과다. 매년 충남에서 상위권의 진학실적을 내는데 올해는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벌써부터 2011년 입시가 부담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만큼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Q 3학년 학생들의 분위기는.
선배들이 거둔 성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동기부여가 충분이 됐을 것이다. 개학 전 봄방학 때부터 학생들 사이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재단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Q 명문대 진학비율이 최고다.
천안과 아산지역에서 서울대, 연·고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진학 숫자가 가장 많을(22명) 것이다. 정원이 남자학교보다 100~200명 가량 적은데도 오히려 실적은 높다. 정원 대비 명문대 진학실적은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들 것이다.
Q 교사들이 열정이 남다르다.
휴일이나 연휴, 명절 때 학생들이 학교에 나온다. 교사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사생활이 있을 텐데)힘들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생과 미래가 걸려 있고 교사의 본분이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다 보니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의 실력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라고 자부한다. 어디 가서 다른 교사들과 시험을 보면 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갖고 있다. 늘 감사한 마음이다.”
Q 책임교사제를 운영 중이다.
“다른 학교에서도 하고 있다. 신입생이 2학년과 3학년으로 올라갈 때 담임, 과목 별 담당교사들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따라간다. 단점도 있겠지만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지도하는 데는 이만한 제도가 없다.
Q 밤 늦게까지 공부한다. 학부모 반응은.
12시가 다 돼서 자녀를 데리러 오는 부모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책임을 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에는 학부모 대부분이 환영한다. 북일여고에서는 사교육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 신입생의 경우 입학초기에 사교육 때문에 일찍 귀가를 원하는데 한 학기도 안 돼 다시 학교로 보낸다.
Q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물론 교사의 가르침이 우선돼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