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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세계화 논객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거부에도 이념적 스펙트럼과 정책적 대안에 따라 여러 그룹이 존재한다.

자본주의의 착취구조 자체를 폐기하려는 마르크스주의가 급진적 반(反)세계화론을 대표한다면, 합리적 시장 질서를 존중하되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케인즈주의는 온건한 반세계화론을 대표하며, 이 케인스주의는 다시 그 정책의 강도에 따라 좌파와 우파로 나눠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런 비판 및 거부 담론은 두루 존재한다. 도식화의 위험을 무릅쓴다면, 정운찬(서울대) 교수가 온건 케인스주의에 가깝고 김균(고려대).이병천(강원대).박순성(동국대) 교수는 좌파 케인스주의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정운찬.이병천 교수는 IMF 경제 위기 이후 'DJ노믹스' 에 대한 왕성한 비판적 저술 활동을 벌여왔다. 정운찬 교수의 『한국 경제 아직도 멀었다』와 이병천 교수의 『위기와 대전환』은 그 대표적인 저작으로 꼽을 수 있다. 이병천 교수가 관여하는 사회경제학회의 『사회경제평론』 최근호에서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가까운 그룹으로는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 참여했던 김성구(한신대).김세균(서울대).오세철(연세대) 교수를 지목할 수 있다.

이들 사이에도 견해의 차이가 없진 않으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야만적 성격을 전면 비판하고 노동자계급의 국제연대를 적극 강조한다는 점에서 급진적 반세계화론을 대표한다. 김성구 교수의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진보평론』과 『현장에서 미래를』은 이런 입장을 대표하는 저작과 잡지들이다.

한편 학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독립매체 중 반세계화 논조를 유지하는 곳으로 『당대비평』을 꼽을 수 있다. 97년 창간 당시부터 반세계화를 주요 주제로 택한 『당대비평』은 이번 봄호(14호)에서도 '미국특집' 을 다루며 미국의 패권주의와 '무의식의 식민지화' 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권혁범(대전대).임지현(한양대) 교수 등이 이곳의 대표 논객이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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