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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가붕괴 직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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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도네시아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연일 계속되는 시위로 자카르타 시내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데다 환율 ·주가 등 경제 지표도 최악이다.집권층 내부에서 “국가붕괴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올 정도다.

◇연일 무정부 상태=12일 자카트타 대통령궁 주변에는 1만5천여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현지 언론들은 “대통령궁 주변에 모인 시위대로는 30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추산했다.

이날 각료회의에서는 당초 예정된 ‘4월 유류인상안’결정을 유보했다.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유가인상을 발표할 경우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환율폭락은 붕괴 전주곡=12일 루피아 환율은 달러당 1만1천3백75로 떨어졌다.30개월만의 최저치다.환율 1만대는 자카르타에서 ‘정권 붕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수치다.1998년 수하르토 대통령이 하야하기 직전에도 환율이 1만대를 돌파했다.

주가도 연일 폭락세다.12일 자카르타 종합주가지수는 17.495포인트 하락하면서 3백선으로 주저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인도네시아 은행(BI)이 환율·증시 폭락과 막기 위해 개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스디안 BI부총재는 “9일과 12일 각각 5천만 달러,5백만달러를 증시에 쏟아부었지만 ‘사막에 물붓기’였다”고 말했다.

◇팔짱낀 정치권=부패 혐의로 끈질긴 사임압력을 받고 있지만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자신이 사임하면 아체 ·리아우 ·암본 ·말루쿠 ·이리안 자야,그리고 마두라가 독립을 선언해 국가가 분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으며 ‘사임 불가’를 되뇌고 있다.

와히드가 내놓은 대책은 고작 ‘부통령 역할 확대’뿐이다.와히드는 “메가와티 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가와티는 정국 추이를 지켜볼 뿐 적극적으로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대통령의 ‘영(令)’은 이미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집권층 붕괴조짐 시인=인도네시아 최대 일간지 콤파스는 12일 "수실로 밤방 위도요노 정치·안보조정장관이 '국가가 붕괴직전에 놓여 있다' 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콤파스에 따르면 위도요노 장관은 “안정과 법,그리고 안보시스템이 무너질 겨우 인도네시아는 비난과 비탄,그리고 폭력으로 이뤄진 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말하고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움직임이 행정부 전체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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