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박정상-서봉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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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白, 80으로 파탄 막았지만 큰 출혈

제5보(77-98)=서봉수9단은 만19세 때 김인9단과 조남철9단등 당대의 대가(大家)들을 연파하고 명인이 됐다.

바둑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徐9단이 이제 '대가'의 위치에 서서 쫓기는 몸이 됐다.

소년은 빠르게 강해지고 대가는 쉬이 저문다.볼에 홍조를 띈 소년기사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대가의 대결은 그래서 언제나 한폭의 그림이다.

朴초단은 전보의 마지막 수인 백△를 뼈저리게 후회하며 80에 붙여나간다.이수로 지금의 82자리에 늘었으면 천하의 徐9단도 중상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백은 한박자가 늦은 탓에 82가 아닌 80에 두어야한다.(그나마 80이란 묘방을 생각해낸 것이 불행중 다행이었다)

80으로 '참고도' 처럼 백1로 먼저 늘었다가는 그 길로 종을 치게 된다.흑은 이쪽은 상대도 하지않고 2,4로 젖혀 산 다음 A로 귀를 잡는 수와 B로 중앙을 잇는 수를 맞보게 되는 것이다.

80은 파탄을 막은 묘수. 흑에게 귀쪽을 젖혀이을 틈을 주지 않음으로서 중앙 흑 2점을 잡고 한숨 돌렸다.그러나 80은 또한 '보태주는 수' 여서 백의 출혈이 컸다.

85로 잡으러 왔을 때도 朴초단은 절묘한 수순으로 살아 수읽기 능력을 보여줬다.

(91을 두지않으면 이곳을 이단 젖혀 1선으로 넘어간다)그러나 이런 묘수들에도 불구하고 형세는 먹구름이 짙어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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