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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통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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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을 재편,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같은 초대형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덩치를 키워야 외국의 메이저들과 경쟁해 안정적으로 싼값에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25일 "석유공사.가스공사.광업진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자원 개발 부문을 총괄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포함해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에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해외유전 개발 부문만을 떼어내 통합하는 방안▶지주회사로 합치는 방식▶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식 등 세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현재로선 지주회사형 통합방식이 유력하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인도.베트남 순방 때 대규모 에너지 기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문정인 위원장은 지난 24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합친 뒤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거대 에너지 기업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에너지기본법에 따라 설치될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에너지 공기업 재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특별회계를 늘리거나 에너지 유관기관들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에너지 기업을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한 뒤에는 민영화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해 민간기업과 결합, 운영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허귀식 기자

<뉴스분석>

에너지 수급체계 수술 고유가 '비상구' 찾기

정부와 여당이 초대형 에너지 기업 육성 등 새 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국내 경제에 중장기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체제를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현재 유력한 메이저 에너지 기업 육성 방안은 한국석유공사를 키워 해외 유전 개발과 매입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엑손모빌 등 외국 메이저들은 자산 규모 등에서 석유공사의 100배"라며 "국력을 한 군데만 쏟아부을 수 없으니 메이저 에너지 기업 육성이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이 선호하는 지주회사형 통합방식은 총괄적인 에너지 확보 전략을 세우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아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광진공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다. 각 공사의 업무도 다소 개편해 해외개발 부문은 개발.탐사부문에 강한 석유공사가 맡고 개발된 자원의 국내판매는 가스공사가 중심이 되는 식이다. 비축사업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함께 맡고, 해외광물 개발은 광진공이 전담한다는 구상도 있다. 산자부가 검토하는 자원개발 부문의 지주회사 통합방식은 해외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재편 작업도 노조의 반발 등으로 중단됐다. 정유사 등 민간기업들도 정부의 공기업 재편안에 거부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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