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신이라 불린 사나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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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모 방송사의 드라마 제목이다. 제작사는 작품명을 놓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원작자를 존중해 원제목을 그대로 살려 쓰기로 했다고 한다.

그들이 고민한 이유는 ‘불리운’이란 말이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어서다. 바르게 쓰려면 ‘신이라 불린 사나이’라고 해야 한다. ‘부르다’의 피동사는 ‘불리우다’가 아닌 ‘불리다’이다. ‘부르다’에 피동 접미사 ‘-이-’가 붙은 형태인데, 여기에 다시 접사 ‘-우-’를 넣어 ‘불리우다’라고 쓸 필요가 없다.

“이승기는 지난해 시청률 70%의 사나이로 불리웠다”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제’로 불리울 만큼 대중음악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처럼 사용하는 건 삼가야 한다. ‘불리었다(불렸다)’ ‘불릴’이라고 해도 뜻이 충분히 전달된다.

심지어 ‘불리우다’에 피동의 뜻을 더하는 ‘-어지다’까지 덧붙여 ‘불리워지다’라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중피동은 쓸데없이 말만 늘어지게 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

‘보여지다, 잊혀지다, 갈려지다, 찢겨지다’ 등도 마찬가지다. 피동사에 ‘-어지다’를 덧붙여 이중피동으로 썼지만 ‘보이다, 잊히다, 갈리다, 찢기다’로 충분하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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