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 여성 화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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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대학에 진학한 예비 숙녀입니다.본격적으로 화장술을 익혀야 할 처지인데 북한 여성들은 어떻게 화장을 하는지 궁금해요.김명선(19·서울시립대 자연과학부)

예뻐지려는 여성들의 마음은 서울이나 평양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북한 여성들은 고등중학교(남한의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인 16~20세 무렵 화장을 시작합니다. 간혹 연지(립스틱)를 진하게 바르기라도 하면 주위에서 '배우냐' 고 하는 등 면박을 주기 때문에 화장을 해도 연하게 하는 편이죠. 북한 남성들도 화장이 연한 여성들을 좋아하는 편이랍니다.

1998년 서울에 온 귀순 여배우 김혜영(金惠英.27)씨는 "살결물(스킨로션)을 좀 바르고 엷은 입술화장에 눈썹을 정리하는 정도" 라고 북한 여성의 화장 수준을 전했어요.

기초화장 정도라는 얘기죠.

북한에서도 외제 화장품은 인기입니다. 특히 프랑스.일본제품이 많이 팔리며 주 고객은 당(黨).정(政)간부의 딸입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은 북한.중국제품을 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일부 탈북자들에 따르면 간혹 젊은 여성들이 좋은 화장품을 구하려고 돈있는 유부남을 사귀어 물의를 빚기도 한답니다.

평양에서 여성을 처음으로 사귀는 청년에게는 외제 화장품이 '필수품' 에 가깝습니다. 외제 화장품을 선물하지 않으면 여성쪽이 "남들은 일제(日製)화장품을 받는데 나는 뭐냐" 며 눈총을 주기도 한답니다.

북한 여성들은 TV.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의 화장을 유심히 봅니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죠. 무대에 서는 여배우들의 화장은 진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들도 평소에는 기초화장을 하는 정도에 그친답니다.

화장품은 평양.신의주.청진 등 10여 곳에서 생산합니다.

분크림(파운데이션).살결물.연지(립스틱).눈썹 연필 등을 만들지만 종류가 적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지요. 아이섀도나 마스카라는 일제 등 외제품뿐이어서 일반여성들은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북한은 지난해 12월 완공한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한 '봄향기' 라는 화장품 세트를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어요.

일반상점에서 파는 국내제품은 값은 저렴(살결물 10원 정도)하지만 질이 낮아 북한 여성들이 구입을 꺼리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장마당을 즐겨찾는데, 이곳에는 중국제품이 대부분이죠. 가격은 살결물이 70~80원, 분크림은 1백원 정도입니다. 노동자 평균 월급(약 1백원)에 비하면 고가품이라 할 수 있죠. 외화상점에서는 수출용 제품이나 외국제품을 판매합니다.

가격은 살결물이 1백50원, 분크림이 2백원 정도로 비쌉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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