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온도 차 출구전략 속도 차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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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다. 그러나 최근 국제공조는 급격히 느슨해졌다. 살 만해지니 딴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걸까. 미국과 중국, 유럽 내부에선 언성을 높이는 일도 벌어졌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속도가 제각각이니 강제로 묶어두고 있을 수도 없다.

가장 먼저 출발선을 박차고 나간 건 호주다. 지난해 10월 금리를 올렸다. G20 정상이 미국 피츠버그에 모여 공조를 자화자찬한 지 한 달 만이었다. 호주는 이달에도 기준금리(연 4%)를 또 올렸다. 동남아 신흥시장의 베트남·말레이시아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달 기준금리(연 8.5%)를 내렸다. 지난해 4월 후 11번째 인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선 아직도 높은 수준이지만 러시아로선 사상 최저 금리다.

나머지 주요국들은 호주와 러시아 사이에 서 있다. 중국은 언제든 출구로 나갈 수 있을 정도고 한국은 눈치를 보고 있다. 미국도 돈줄을 서서히 죄기 시작했다. 특히 최대 난제였던 실업률(2월 9.7%)이 개선 조짐을 보이면서 회복 기대감은 커졌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미국 고용 문제가 바닥을 쳤다”고 해석했다. 차갑던 방에 온기가 슬슬 퍼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대서양 건너 유럽은 사정이 다르다. 아직도 차가운 윗목을 서성이고 있다. 그리스 문제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고 스페인·포르투갈도 여전히 불안하다. 뉴욕 타임스(NYT)는 유럽 국가들이 역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50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금리를 1%로 동결했다. 10개월째다. 일본은 금리를 더 내려야 할 판이다. 디플레이션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단기 금리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도 국제공조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대체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라들이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5일 “실질적인 공조가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들도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미 갈등이 표면화된 곳이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은 각론인 ‘금융 규제’에선 어긋나고 있다. 은행 규모와 거래를 제한하는 미국의 ‘볼커 룰’에 대해 유럽은 비판적이다. 이 방안이 G20으로 넘어오면 더 큰 갈등을 부를 수 있다. 투자은행(IB)과 파생상품 시장이 충분히 발전한 미국 등이 후발 주자가 오를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일 보고서를 통해 “금융 개혁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싸움으로 번진 곳도 있다. 유럽이 대표적이다. 5일 열린 그리스·독일 총리 회담은 별 소득 없이 끝났고, 그리스 문제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은 ‘단일 통화’라는 가장 강력한 공조 수단을 가진 지역이다.

앞으로 국제공조의 최대 관건은 ‘빅2’다. 미국은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수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중국의 협조(위안화 절상)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도 중국대로 “수출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며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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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은 시기만 남았다. 다만 세계 경제 영향을 감안해 인상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 나라들의 공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극적 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중국이 3~4월에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모두 1%포인트를 인상하되 서너 차례에 나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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