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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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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22일 독일 함부르크의 미국 영사관 앞 강에서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 모형과 ‘푸틴처럼 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함부르크 AP=연합]

러시아의 참여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京都) 의정서'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2002년 기준)인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EU국가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 기업은 교토의정서 발효에 앞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 이 시장이 국제석유거래소(IPE).런던금속거래소(LME) 못지않은 대형 거래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온실가스 배출권은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면 세계 주요 국가나 기업은 일단 일정 기준까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허용량을 갖게 된다.

허용치보다 적은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 수 있고 반대의 경우는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기업이 이러한 조정 없이 허용량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t당 40유로(약 5만8000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 EU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것은 내년 1월이지만 EU 기업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온실가스 거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포인트 카본은 "이달 초 러시아의 비준이 확실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거래량이 세배로 뛰었다"고 밝혔다. 배출권의 t당 가격은 일주일새 20% 오른 10유로까지 급등했다. 올 초 월 5만t에 불과하던 거래량이 9월엔 100만t으로 크게 늘었고, 10월엔 일주일 만에 67만t이 거래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유럽시장 규모는 1000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인트 카본의 헨릭 하셀크니페 수석 연구위원은 "2007년이 되면 유럽 시장규모는 100억유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잰걸음, 한국은 걸음마=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가 올해 말까지 온실가스 중개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선 가운데 라이프치히.암스테르담 등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EU.미국 등에서는 배출권 중간매매상, 컨설턴트 등 신종 직업도 생기고 있다.

교토 의정서 비준을 하지 않은 미국의 기업마저 교토 의정서 비준에 대비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M은 13년 내에 온실가스 72%를 감축한다고 발표했으며 코닥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온실가스를 17% 줄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책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토 의정서는=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97년 채택했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미국.EU.일본 등 38개 선진국은 2008~2012년에 온실가스(이산화탄소.메탄 등 여섯 가지) 배출량을 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여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선진국의 뒤를 따르도록 돼 있다.

의정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90년 기준)를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이 서명해야 발효되는데, 지난 22일 러시아의회가 의정서를 비준함에 따라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 후 90일 뒤인 내년 초 정식으로 발효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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