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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문화] 뉴욕에 첫 재즈 전용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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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재즈에 대한 예술적 자부심을 담아낸 J@LC. 유리창 너머로 브로드웨이 야경이 펼쳐진다. [뉴욕=AP 연합]

재즈 하면 담배연기 자욱한 클럽이나 술집.레스토랑이 금방 떠오른다. 실제로 '블루 노트' 등 재즈의 명인들이 거쳐간 무대 분위기가 그랬다. 하지만 1938년 베니 굿맨 밴드가 재즈 아티스트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 다음부터 '콘서트홀 재즈'의 역사가 시작됐다. 뉴욕 링컨센터의 상주 악단으로 활동 중인 재즈 밴드 '재즈 앳 링컨센터'(예술감독 윈튼 마살리스.사진)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워너센터 내에 세계 최초의 재즈 전용 공연장 '재즈 앳 링컨센터'(J@LC)가 문을 열었다. 센트럴파크 남단 브로드웨이 60번가 콜럼버스 서클에 있는 신축 빌딩의 2~3층에 들어선 첨단 무대다. 총건축비는 12억8000만달러(약 1조5360억원).

메인 무대는 오페라극장 스타일의 로즈홀(1100~1231석). 음향 반사판과 흡음(吸音) 커튼을 사용해 잔향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재즈 공연은 물론 오페라.심포니.무용.연극 공연도 가능하다. '가변형 무대'를 사용해 재즈 공연에선 객석 한 가운데 무대가 설치된다. 또 합성고무 패킹과 부양(浮揚)구조를 채택해 외부 소음은 물론 건물 진동이 철저히 차단된다. 상자 속에 들어있는 상자처럼 주변과 격리돼 있다.

무대 뒤 대형 유리로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원형 무대 앨런룸(310~550석)도 눈길을 끈다. 바와 테이블을 갖춰 클럽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지스 클럽 코카콜라'(140석), 전시실과 방송.녹음실, 재즈 명예의 전당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췄다.

도쿄국제포럼.종로타워 등을 설계한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를 맡았고 LG아트센터.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센터.필라델피아 킴멜센터 등을 설계한 ARTEC사가 음향 컨설팅을 맡았다.

J@LC가 들어선 타임워너 빌딩엔 대형 식품 전문점인 소노마, 보더스 서점, 고급 레스토랑과 옷가게, 아파트, 사무실, 호텔 등이 일찌감치 입주했다. 링컨센터의 12개 상주단체 중 하나였던 J@LC가 링컨센터 건너편의 브로드웨이 재개발구역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다가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열렬한 재즈팬인 전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의 역할이 매우 컸다. J@LC의 개관은 단순히 새 공연장의 탄생을 넘어 재즈가 클래식.오페라.발레와 같은 문화적 유산으로 격상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www.jalc.org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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