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중앙일보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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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황장엽(黃長燁.얼굴)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워싱턴 방문 문제는 한.미간의 민감한 현안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도 黃씨와 국정원간에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黃씨가 초청자 중의 한명인 제시 헬름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응하겠다' 는 편지(사진)를 보냈다는 사실이 5일 알려져 그가 '미 의회 청문회가 열리는 4월에 방미한다' 는 설이 불거졌다.

그러자 국정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 "한.미 정부 차원에서 경호문제를 포함해 협의.결정되면 방미할 수 있을 것이란 뜻에서 黃씨가 의례적으로 밝힌 것일 뿐" 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헬름즈 위원장 등 부시진영은 북한 최고위 귀순자인 黃씨와의 직접 면담을 바랐다. 하지만 대북 포용정책의 지속을 원하는 한국 정부는 黃씨의 미국에서의 증언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그의 방미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여왔다.

일련의 소동 끝에 黃씨는 지난해 12월 집필활동을 이유로 방미를 금년 10월 이후로 늦추겠다는 통보를 했다. 그러던 黃씨가 이번에 "언제든 가겠다" 고 밝혀 정부를 부담스럽게 한 것이다.

방미가 실현되면 '김정일(金正日)체제 타도' 를 주장해 온 黃씨가 미국에서 햇볕정책의 근간을 흔들 깜짝 놀랄 사실을 새로 공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黃씨가 의회 청문회 출석에 부정적 입장인 데다, 청문회 일정도 유동적이라 '다음달 방미' 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음은 黃씨와 기자의 전화 일문일답.

- 미 의회의 북한 청문회 출석도 가능한가.

"난 미국의 청문회가 뭔지 알지도 못하고 얘기한 적 없다. 신문(訊問)하는 식의 청문회라면 안 간다. "

- 국정원측에서는 黃선생이 미국 방문시의 경호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에 대한 경호문제를 국정원측과 토론한 적은 없다. "

- 김정일 서울 답방에 대해 국내에서 찬반여론이 엇갈리는데.

"나는 그런 문제 갖고는 토론을 안하기로 돼 있다. "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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