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가정집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던 소방관 6명이 붕괴된 건물더미에 깔려 숨지고 3명은 크게 다쳤다.
이들은 불길을 잡은 뒤 구조할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해내려다 살신성인(殺身成仁)한 것이다. 순직자들 가운데는 결혼을 1주일 앞둔 소방관이 있는가 하면 결혼을 미룬 채 칠순 노모를 모시고 살던 소방관도 있어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소방서측은 불이 난 주택이 폭 6m, 길이 15m쯤인 이면도로 끝에 있고 길 양쪽에 차량들이 주차해 있는 바람에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히고 있다. 홍제역 주변에서 화재현장으로 가기 위한 폭 8m, 길이 1백m의 도로 역시 주차 차량들로 출동한 소방차들이 50m정도만 진입할 수 있었고, 화재 발생 40여분이 지난 오전 4시30분쯤 살수차 한대만 6m 이면도로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이면 도로 벽면에 설치된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연결시켜 진화에 나섰다고 하니 초동진화에 시간이 걸렸을 게 뻔하다. 초동진화만 신속히 이뤄졌어도 소방관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계당국은 주택가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이면도로 일방통행제 및 공동주차장 설치사업' 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화재 진압방식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어제 불이 난 주택은 3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었다.
그럼에도 소방관들은 붕괴 가능성에 대한 안전점검 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급박한 상황에서 사전점검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 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들의 살신성인 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