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열린 군대'로 가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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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 '평화의 광장' .

5백여명의 국내외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 소속 2백여명의 대원들이 펼치는 '국군 의장행사' 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군악대의 화려하고 경쾌한 군악연주와 여군 의장대의 목총시범, 조선시대 전통검법 시연, 3군 통합 동작시범 등의 순으로 두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1천6백여평의 광장 위에서 펼쳐진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맨 마지막에 선보인 통합 동작시범.

육.해.공.해병대 1백여명이 기수(旗手)대형, 태극기.무궁화 등 각종 상징대형을 만들어가다가 일렬 횡대로 늘어선 다음 한쪽에서부터 각자의 소총을 공중에 던져 '파도치기 대형' 을 연출하자 관중석에서 우레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군 의장대가 경쾌한 음악에 맞춰 다양한 목총시범을 보일 때는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왔다는 50대 중반의 한 남성 관광객은 "이번에 동남아 몇곳을 돌아봤지만 이런 볼 거리는 처음" 이라며 "원더풀!" "엑설런트!" 를 연발했다. 두 자녀와 함께 온 朴모(36.서울 연남동) 주부도 "군인들의 절도 있고 패기 찬 모습에서 친근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군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전쟁기념관 교육홍보팀의 이운세(李云世)차장은 "지난 97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연평균 30여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는 데 이 프로그램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면서 " '군대문화의 관광상품화' 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의장행사는 이제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물' 로 정착했다는 평가다.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게 되자 기념관측은 앞으로 미8군 군악대를 초청, 협연(協演)하는 방안을 미군측과 협의할 계획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의장행사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의 경직된 고정관념을 조금만 탈피해 보면 민.군 모두에게 서로 득(得)이 되는 유익한 소재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를 아직도 개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평화시의 군은 '열린 군대' 여야 하고 소비집단으로만 남아서는 안된다.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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