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공사' 꼬리 뗀 KB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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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KBS는 최근 "3일부터 한국방송공사의 약칭으로 '한국방송' 을 본격 사용하겠다" 고 발표했다. 이 약칭은 앞으로 KBS의 홍보물이나 방송의 자막 안내문 등에 쓰인다.

약칭을 사용하는 근거는 지난해 5월 개정한 KBS 정관 제2조 "공사는 한국방송공사(영어 명칭 : Korean Broadcasting System)라 하고 약칭으로 한국방송(KBS)이라 한다" 는 내용에 따른 것.

그런데 굳이 '공사' (公社)를 빼는 속사정은 뭘까.

KBS 관계자는 "한국전력(공사)과 한국통신(공사)처럼 시청자들과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약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공사' 가 붙어 있어서 시청자들이 친근감을 덜 느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영문 약칭인 '케이비에스(KBS)' 가 자리잡은지 오래다. KBS 내부에서도 " '한국방송' 은 외주 제작사 같은 이미지를 줄 뿐만 아니라 이 약칭을 알리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이쯤돼면 KBS 스스로가 '공사' 라는 이름을 부끄러워 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포부' 도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 한들 KBS는 세금이나 다름없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그래서 국민들이 상업방송과는 뭔가 다른 양질의 프로그램과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따뜻함을 기대하는 것은 명백하다.

'공사' 란 이름을 걸고 KBS 제작진과 구성원들이 사명감을 느끼며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공사' 그 자체가 바로 자랑스러운 이름이 되지 않을까.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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