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반도 들락날락할 때 한국과 협의 문제 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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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Regional Force)화를 미국과 논의 중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들락날락할 때에는 우리와 협의하거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혔다.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51년간 한반도 방어로 그 임무와 기능이 국한돼왔다. 그러나 유사시 주한미군을 해외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그 절차 문제를 양국이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윤 장관이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윤 장관은"한국이 천명한 '협력적 자주국방'은 한국이 국방력을 키워 북한 정도는 충분히 담당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광역기동군화) 문제와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방력 증강이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에 대응한 조치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이날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 "한.미동맹은 지난 50년간 한반도 억지력인 동시에 지역안정에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사실상 광역기동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음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뉴스분석] 주한미군 광역기동군화 계획 첫 인정 대중국 관계 미묘해질 가능성도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는 한.미동맹 근간을 바꾸는 중요사안이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한국에 요구해왔다. 정부는 국민의 안보 우려,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피해왔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 용산기지 이전 등 동맹 현안이 해결된 데다 미국이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의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더 이상 논의를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주한미군의 광역기동군화가 불가피하다면 그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국 실무자들은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를 대체해 출범한 SPI 회의에서 내년부터 주한미군 역할 변경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주한미군을 광역기동군으로 재편하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주한미군 해외 투입시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사전동의권을 갖느냐다. 미 2사단의 이라크 차출에서 나타났듯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해외에 투입할 경우 국민의 안보 불안이 조장될 수 있다. 또 주한미군의 주요 임무가 한반도 방어로 돼 있는 상호방위조약 등 동맹의 법적 틀을 어떻게 손질할 것인지, 변화된 주한미군 역할에 한국군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협조해야 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주한미군이 광역기동군화하면 중국과 대만 간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를 포함, 한반도 주변지역에 언제든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대중 관계가 미묘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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