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이산상봉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남북한은 지난해 8.15 상봉을 시작으로 모두 세 차례 방문단을 주고 받음으로써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을 본격화할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법(解法)과 이산가족 면회소 개설 등 남은 문제도 적지 않다.

◇ 국군포로.납북자 해결될까〓1969년 납북된 대한항공기 여승무원 성경희(成敬姬)씨의 모녀 상봉과 국군포로 가족상봉 허용에서 보듯 북한 당국은 '포괄적 이산가족' 의 범위 안에서 이 문제를 풀어간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제한적이나마 호응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들을 '의거입북자' 로 주장하며 정치선전에 동원, 남북간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처럼 남북은 '일관된 원칙' 은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실제적으로 '만남' 자체는 이어지게 하는 접근방법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주고받는 차원' 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 김경락(金敬落)방문단장이 27일 한적을 방문해 "비전향장기수 30명 추가 송환" 을 요구한 것은 국군포로.납북자 상봉의 '반대급부' 를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이 나오는 것도 그같은 사정에 연유한다.

그러나 변수도 없지 않다. 명단이 확인된 3백51명을 포함한 억류 국군포로와 대한항공기 납북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해결이 필요한 사안을 '이벤트성 상봉' 으로 넘기려는 분위기를 경계하자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납북자나 국군포로 가족들이 "이산가족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제성호(諸成鎬)중앙대 교수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민감한 북한이 이들의 상봉장면을 공개한 것은 긍정적" 이라며 "하지만 계속 이산가족상봉이란 틀로 얼버무리는 게 바람직한가는 의문" 이라고 말했다.

◇ 무난히 끝났다〓3차 방문단 교환은 '장충식 파동' 이 발생했던 2차 때에 비해 특별한 문제 없이 끝났다는 게 중평이다. 이번에 서울에 온 북측 방문단은 모두 4백97명의 남측 가족과 만났다. 또 평양에 간 남측 방문단은 2백43명의 가족과 상봉했다.

8.15상봉 때 1천1백70명이 만난 것을 시작으로 ▶2차(2000년 11월) 1천2백명▶3차 7백40명 등 모두 합치면 남북한의 상봉 숫자는 3천1백10명에 이른다.

또 상봉에 실패했지만 생사.주소를 확인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6천명 이상이 가족의 소식을 들었다.

상봉 위주로 일정을 짜 서울의 경우 여섯차례에 걸쳐 10시간 이상 만날 수 있게 내실을 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북측도 서울.평양에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일정에 큰 차질이 없었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