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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조범진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인간의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인 미래의 어느 도시가 있어요. 배변 능력이 개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고 '배변의 의무' 는 납세의 의무보다도 더 신성하지요. 모든 국민은 태어날 때 몸 속에 배변량을 측정하는 칩을 심습니다. 정부는 배변을 권장하기 위해 배변시 마약 성분이 강한 막대 아이스크림을 지급해요. 이를 독점하려는 갱단이 출현하고 이들이 정부와 일대 전쟁을 벌인다는 얘기입니다. "

지난 15~18일 일본에서 열린 제11회 유바리 국제팬태스틱영화제에 공식초청됐던 디지털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 . 이 작품을 만든 JTEAM의 조범진(사진)감독의 말이다. "3년 전에 시작했는데 '엽기적' 인 내용이나 독특한 그림체 등이 관계자 사이에서 소문이 많이 났나봐요. 올해 유바리 영화제에 디지털 시어터 부문이 신설됐는데 즉각 초청이 왔지요. "

유바리 영화제는 실험성 강한 단편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을 중점적으로 소개, 명성을 쌓아온 행사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인랑' '무사 쥬베이' 등이 유바리 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다. 이번에 출품한 '아치와 씨팍' 은 요즘 젊은층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현재 극장용 장편도 제작 중이다.

주목할 점은 도쿄에서 애니메이션 데이터를 전송하고 이를 유바리의 상영관에서 실시간으로 받아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것. 조감독은 "동영상 데이터를 직접 보내 화면에 쏘는, 디지털 배급과 디지털 상영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고 말했다.

조감독은 "1998년에 기획안을 만들었는데 주위 반응이 한결같이 '그런 내용이 한국에서 되겠느냐' 는 식이었어요. 이쁘고 아기자기한 그림도 아니고 내용도 좀 그렇잖아요. 그래도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4편까지 만들었고 반응도 좋아 기뻐요. 유바리에서 얻은 호응이 일본내 배급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좋겠습니다. "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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