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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전망] 완만한 상승세 이어질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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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경기가 가라앉아 있는데도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까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걸려온다.

과거의 경험을 볼 때 가격 전망을 물으면서 살까말까를 재는 이들이 늘면 부동산시장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 부도나는 악재가 불거졌는데도 일선 중개업소에 아파트 등을 사려는 이들의 발길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금리가 워낙 낮아 부동산에 돈이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은 환금성에 제약을 받고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 때문에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위험성이 덜하다는 것 때문에 안정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면 향후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만한 상승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아파트 값이 오르는 데는 수요과 공급, 거시경제 변수, 정책의 변화, 심리적 요인 등을 한데 따져봐야 한다. 이 가운데 올들어 가장 주목할 대목은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시장에 '햇볕' 을 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사실이다. 금리하락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기회비용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부동산을 갖고 있어도 이자 부담이 크지 않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값이 많이 오른 부동산은 지하철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다. 저금리 추세에 따라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보다 나은 수익률을 찾아 임대사업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매월 이정한 수익을 안겨주는 임대사업에 20~30평형대 아파트처럼 제격인 상품은 없었던 것이다.

수급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해마다 50만가구 안팎의 새 아파트가 공급됐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연간 20만~30만가구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경기 침체에다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으로 분양률이 떨어지면서 업체들은 신규 공급물량을 크게 줄였다. 대신 미분양 물량 팔기에 주력하고 있다. 공급이 줄면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 서울에서는 5대 저밀도지구를 비롯해 낡은 아파트의 재건축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어졌다. 소형 평형의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물건 구하기가 힘들어지면 저금리를 이용해 주택매매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변수를 짚어보면 준농림지 폐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건축 용적률 강화가 아파트 값을 움직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주택공급을 억제해 길게 보면 주택가격 상승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되면서 쉽게 과세노출을 당하지 않는 부유층들이 부동산에 자금을 묻어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 종류별로 보면 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가 올해도 인기를 이어갈 것이다. 값도 5~10% 가량 오를 것같다. 갈수록 희소가치가 높아지는 한강.공원 조망권 아파트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른 부동산 상품의 시세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상가는 가뜩이나 공급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대형 할인점에 밀려 업종 선택을 잘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주택처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도 흠이다. 다세대나 단독주택의 가격 상승도 시기상조다. 부동산 수요가 모든 상품으로 확산하기에는 아직 수요층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토지시장은 제주도 등 개발계획이 수면으로 드러나고 있는 지역과 택지개발지구 주변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결국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은 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우량 부동산을 선두로 상승국면으로 전환하는 초입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경기 회복만 뒷받침된다면 부동산시장은 언제든지 한단계 튀어오를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양화석 <21세기컨설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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