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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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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축공사 중인 서울 강북소방서는 당초 앞쪽에 큰 유리벽(사진 위)이 있었다. 최근 디자인을 고쳐 콘크리트 벽으로 바꿔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지난 1월 착공해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서울 강북소방소는 최근 건물 디자인을 바꿨다. 서울시가 모든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1등급으로 높이겠다는 방침에 따라서다. 건물의 반을 차지하는 유리벽 대부분을 콘크리트 벽으로 바꾸고 옥상에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했다. 사계절 내내 온도가 섭씨 15도로 일정한 150m 땅속의 지열을 끌어올려 소방관 대기실의 난방을 하게 했다. 신축 소방서를 저에너지·친환경 건물로 바꾸기 위해 서울시는 6억원의 공사비를 지원했다. 전체 공사비 121억원의 5%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완공한 서울 효자동의 ‘청와대 사랑채’는 서울시가 에너지 효율 1등급을 목표로 시범적으로 지은 공공 건축물 중 하나다. 에너지 절약형 건물로 짓기 위해 공사비를 10억원 늘리는 바람에 모두 155억원이 들었다. 국정·시정 홍보관으로 쓰이는 건물은 남향으로 배치돼 자연 채광과 환기가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중 단열재를 써 에너지 효율도 높였다. 3개 화장실의 전등은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집광기에서 끌어오는 자연광이다. 지열·생활하수열을 재활용해 건물에 있는 청와대 경비대 사무실의 냉·난방을 할 수 있게 했다.

서울시가 친환경·저에너지 건물 짓기에 앞장섰다. 공공 청사에 이어 미술관·병원·박물관 등 모든 공공 건축물을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짓겠다는 방침을 3일 발표했다. 에너지 효율 1등급이 되려면 공공 청사의 경우 ㎡당 에너지 사용량이 연간 300㎾h 미만이 되어야 한다. 공공 건물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을 현재 수준에서 40% 이상 줄여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8개 공공 건축물을 에너지 효율 1등급으로 시범적으로 짓고 있다. 청와대 사랑채▶IT콤플렉스▶한성백제 박물관▶서울의료원▶동대문 역사문화공원▶양천메디컬센터▶보건환경연구원▶제2유스호스텔 등이다. 이미 설계가 진행 중이거나 공사를 하고 있는 17개 공공 건물도 저에너지·친환경 건물로 설계를 변경할 방침이다. 추가로 투입되는 공사비는 600억원으로 전체 공사비의 5.5%다. 서울시는 이 건물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40% 이상 줄였을 때 64억원을 절약해 6~10년이면 추가로 든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공동주택이나 업무용 건물과 같은 민간 건물을 에너지 효율 2등급 이상으로 지을 경우 취득·등록세를 5~15% 감면하고 용적률을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또 공공·민간 건물의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단열 기준을 법적 기준보다 높게 설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히는 유리벽, 높은 층고, 대형 로비는 앞으로 짓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울시 배민우 도시기반시설본부 설비부장은 “건물을 지을 때 태양광·지열·생활하수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게 해 서울 도심이 그린 디자인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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