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EBS 특집 다큐 2부작 '개미' 관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몸 길이 1㎝도 안되는 개미들이 왕국을 만들어 옹기종기 모여살고 일도 나눠서 한다. 왕국끼리 전쟁이 나면 한 쪽이 모두 죽을 때까지 싸운다.

여왕을 옹립해 충성을 다하다가도 그 여왕이 늙고 병들면 왕국의 유지를 위해 내다버리고 새 여왕을 추대한다.

28일과 다음달 7일 2부작으로 방송될 EBS '개미' (연출 문동현.촬영 고승우.밤 9시55분)는 이렇듯 고도의 사회성을 지닌 개미의 생애를 담은 특집 다큐멘터리다. 너무 작아 육안으로는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개미의 생활을 클로즈업해 흥미를 자아낸다.

'둥둥' 소리를 내는 빠른 템포의 배경음악도 개미의 부지런한 생활을 표현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MBC 사극 '허준' 의 음악을 맡았던 임세현씨가 작곡했다.

1부는 개미를 이해하기 위한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여왕이라는 호칭과 달리 실제로는 평생 알만 낳는 기계로 살아가는 고독한 여왕개미의 일생이 눈길을 끈다.

특히 공주개미가 10여년의 일생 중 단 한차례 혼인비행에 나서 '사랑' 을 하자마자 날개를 스스로 찢어버리는 장면은 개미세계의 특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한 마리 한 마리는 나약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힘을 모으면 개미 몸집의 천 배나 되는 무게를 들어올리고 두꺼비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도 승리한다. 협동의 힘은 대단했다.

개미들의 전투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오로지 인간과 개미만이 상대방을 전멸시키는 전쟁을 벌인다는 사실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물이 원숭이가 아니라 개미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2부는 조금 더 학문적인 접근이다. 1억년 동안 지구상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와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문동현 PD는 "개미들이 워낙 작은 데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통에 촬영하기가 힘들었다" 며 "서울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니며 장비를 구해 특수 카메라를 만들 때는 우리가 PD인지 기술자인지 스스로 헛갈렸을 정도" 라고 제작 뒷얘기를 밝혔다.

우상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