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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개극단 '슈퍼 손오공' 공동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한.중.일 아시아 3개국 극단이 공동제작한 '슈퍼 손오공' 이 홍콩무대에 올랐다. 중국의 고전 『서유기(西遊記)』를 토대로 만들어진 '슈퍼 손오공' 은 올해 홍콩 페스티벌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다. '손오공' 이라는 친숙한 캐릭터를 이용해 각국 배우들이 한국어와 일본어.베이징(北京)어.광둥(廣東)어의 4개 언어로 대사를 하는 실험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23일 밤 주룽(九龍)반도 끝에 위치한 홍콩문화회관 대극장. 어두운 무대 위에 비춰진 한국어.일본어 중국어 글씨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관객들이 무대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에 객석 곳곳에 숨어있던 각국 배우들은 자기 나라 말로 무대 위의 글들을 읽으며 무대에 오른다. 막이 걷히고 무대가 밝아지자 등장한 손오공과 주연배우들. "배고파서 더 이상 못 걷겠어" (사오정) "오레닷테, 모우 아루케 네-(나도 더 이상 못 걸어)" (손오공). "워 터우 어!" (저팔계). 저팔계가 밥을 달라며 나뒹굴자 드디어 객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온다.

주인공 손오공 역은 일본의 신예 사토 준이, 터프하고 여자를 밝히는 캐릭터로 바뀐 삼장법사는 일본의 고비야마 요이치가 맡았다. 저팔계로는 홍콩배우 리춘초우. 우리측에선 신현종(사오정)과 김희령(백마.관음보살), 고기혁(이천왕.도적)이 나와 외국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천축(天竺)으로 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8백리가 넘는 큰 강 '통천하(通天河)' 앞에서 대마왕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마을 주민들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 대신 제물대에 오른 손오공이 대마왕을 물리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지만 삼장법사와 저팔계가 대마왕의 계략에 빠져 일행이 또다시 위기에 처한다는 단순한 줄거리다.

관객 입장에서는 전체 대사의 상당부분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지만 개의치 않고 마냥 즐거워한다. 연출을 맡은 우야마 히토시(일본)는 "간혹 어른들은 대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완벽하게 줄거리를 따라잡는다.

머리로 작품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작품을 지켜보면 좋을 것" 이라고 관람 요령을 알려줬다. 3월 말 한국공연 때 연출협력을 맡게 될 김창래씨는 "우리 배우들의 대사를 늘려 외국어 대사를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관객들의 이해를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코믹한 신체연기가 많은 점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여기에 가로 세로 30m에 달하는 거대한 흰 천으로 파도를 만들어 객석을 뒤덮고 배우들이 공연 중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과 만나는 등 '놀이' 같은 즐거움도 담겨있다.

일본 가부키음악으로 시작해 일본 최고의 밴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센바 기요히코가 음악을 맡았다. 김덕수 사물놀이와 함께 작업한 경험 때문인지 작품 중 우리 사물의 리듬을 느낄 수 있다. '슈퍼 손오공' 은 3월 중국 광저우(廣州)와 베이징, 싱가포르에서 차례로 공연한 뒤 3월 23~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관객과 만난다. 02-745-5127.

홍콩〓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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