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17대 첫 국감, 개선책은…] 초선들 국감 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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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를 마친 의원이나 관계자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잘해 보겠다"고 잔뜩 별렀지만 국감 진행 방식 등의 문제 때문에 벽에 부닥친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 안민석 의원 "정부답변 성의없고 정쟁 발언에 밀려"

열린우리당 안민석 의원은 "미국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했지만 준비한 것들이 정책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장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정부 측이 국감을 '한번 두들겨 맞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크게 성의를 기울이지 않는 데다 언론에서도 정책을 따지는 질의를 잘 부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정쟁을 촉발하는 발언들만 이슈가 되고, 정당은 그걸 중심으로 싸우는 현실에선 국감이 큰 효용가치를 갖기 어렵다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하루에 질문시간이 고작 20여분 정도인데 몇달간 준비한 내용을 그 짧은 시간에 소화하려니 너무 어려움이 컸다"며 "이런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질문만 하고 정부 답변은 안 듣는 의원들의 행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경환 의원 "비밀이라며 자료 안주고 증인들 위증 밥 먹듯"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도 "국감기간 중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질의를 준비했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도저히 심도있는 정책 토론은 불가능하더라"며 "국감장에서 노트북이나 슬라이드.동영상을 활용하는 의원들도 거의 없어 국회의 회의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정부는 불리하거나 민감한 것에 대해선 전부 비밀이라면서 자료를 안 주고, 정부 측 증인들도 위증을 밥 먹듯이 하더라"며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증인의 거짓 답변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심상정 의원 "자료입수는 보물찾기 정책오류 밝히기 한계"

민노당 심상정 의원도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초선으로서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을 하고자 노력했지만 보물찾기처럼 어려운 자료 입수와 피감기관의 정보 차단으로 정부 정책의 오류를 밝히는 데 한계가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런 초선들에게 5선 의원인 박희태(한나라당)국회 부의장은 "힘을 빼고,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감에선 어차피 시간에 쪼들리게 마련"이라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모든 것을 다 하려 할 게 아니라 이번 국감 때 못한 것은 일반상임위에서 짚어준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준비하고, 공부하면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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