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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봉사 활동도 회사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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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 삼성중공업 임직원들이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소재 경로당들의 천장.바닥 등을 손질해 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SK C&C는 지난 봄 '따뜻한 세상'이라는 이름의 사회봉사단을 만든 뒤 회사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자원봉사 바람이 일면서 10% 가량의 업무 능률도 올랐다는 자체평가도 나왔다. 사내 통신망에 올린 봉사활동 후기가 이를 방증한다.

"직원들과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나눌 수 있다니, 이게 바로 동료애인 것 같다."(IMT팀 신 모 대리) "가족.직장의 소중함과 내가 자란 환경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절감했다."(OS팀 김 모 과장)

▶ SK C&C 직원들이 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식물원에 양로원 노인들을 모셔 산책을 돕고 있다.

직장 단위의 자원봉사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 자원봉사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거나 포상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간부승격 평가 때 교육점수보다 봉사 점수를 더 높이 살 정도다.

금호 등 일부 대기업은 미 제너럴 일렉트릭(GE)처럼 사회공헌 점수를 최고경영자(CEO)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포스코는 이달부터 봉사 마일리지 제도(개인.부서.동호회별 봉사활동 시간을 누적 관리해 포상)를 도입해 체험봉사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기부 등의 공헌활동은 마일리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 다양해진 사회봉사 유형=직장인 주도의 사회봉사는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맞아 가족 단위 봉사활동으로 한층 발전하고 있다.

사회봉사단 출범 10년째인 삼성은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하는 봉사 아이템들로 ▶탈북가족과 함께 가꾸는 주말농장▶시각장애 어린이 초청 하루 가족되기 등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자원봉사 상해보험을 들어준다.

자기 장기(長技)를 살린 자원봉사를 하자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IBM은 이달부터 '주문형(On Demand)'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대개 정보기술(IT)교육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무료교육을 해주는 방안 등이 단골 메뉴다. LG전자는 수천명의 고객 서비스 요원들로 하여금 장마철 침수 가전제품을 수리해 주는 'LG 수해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 자원봉사도 하나의 업무=불우이웃 돕기 성금 기탁이나 예술.스포츠.교육 후원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비해 자원봉사는 쌍방향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SK C&C의 윤석경 사장은 "나눔경영을 실천하면서 조직의 일체감이 생기고 근로 의욕도 높아진다는 점이 자원봉사의 보람이자 효과"라고 말했다. 자원봉사하라고 휴가를 내주고 경비를 지원하는 곳이 급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 C&C도 처음엔 사회봉사에 관한 회사 방침에 시큰둥한 직원이 적잖았다.'제 일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며 불만이었다. 하지만 노약자를 돌보고 장애인 보육시설에서 청소.빨래.집 수리 등을 하면서 조직원들의 삶의 태도나 근무자세가 사뭇 달라졌다고 한다.

삼성사회봉사단의 황정은 차장은 "기업의 사회봉사 활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이 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승일.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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