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진단서 94% 부정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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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병원에서 작성하는 사망진단서 10건 가운데 9건이 부정확하게 작성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사망원인 통계연보' 등 공식 통계자료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김규석(金圭石.32)씨는 지난 연말 발행된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사망진단서 작성의 문제점' 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金씨는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윤성(李允聖)교수 등 전문가 5명과 함께 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지난해 발행된 사망진단서 3백81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논문에 따르면 분석대상 진단서의 94%(3백58개)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먼저 '저혈압과 저산소증' 등 사망에 수반되는 증상을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혼동해 기재한 진단서가 전체의 34.6%(1백20개)나 됐다.

또 '노환' 등 공식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사망 원인을 의사가 주관적으로 기입한 경우가 27.6%(1백17개)를 차지했다. 노환의 경우 통계청의 1백3개 사망원인 항목 및 국제표준질병사인 분류에 없는 항목이다.

金씨는 논문 결론에서 '사망진단서 작성에 대한 교육 부족과 무관심' 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사망진단서를 잘못 작성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망환자 통계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따라서 보건정책 등에 올바르게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또 "부검을 거부하는 사회 통념도 부정확한 사망진단서가 발급되는 또다른 요인" 이라고 지적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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