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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 전투기 2대 왜 추락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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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군은 2일 F-5 전투기 2대의 추락 원인을 비행착각(버티고:vertigo), 전투기 간 충돌, 조종사의 의식 상실, 기체 결함 등 네 가지로 좁혀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비행착각과 전투기 간 충돌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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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 전투기 2대는 이날 낮 12시20분 강원도 강릉 해변가에 위치한 강릉기지를 이륙한 지 5분 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지면서 통신도 두절됐다. 이륙한 지 5분이면 전투기가 기지 부근을 벗어나 훈련 상공으로 진입하는 단계다. 이날 비행은 갓 조종사가 된 최보람(사관후보장교 118기) 중위에게 공중기동훈련을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어민혁(공사 53기) 대위 혼자 조종한 F-5E가 앞서고 그 뒤를 최 중위가 모는 F-5F가 따르고 있었다. 최 중위의 F-5F 전투기는 2인승으로 뒷좌석엔 대대장인 오충현(공사 38기) 중령이 탔다. 오 중령은 최 중위에게 공중기동에 대해 교육하고 있었다.

당시 대관령 상공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고 한다. 공군 관계자는 “구름이 산 중턱에 걸쳐 있었으나 그 위쪽은 맑아 훈련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 대위는 전투기의 고도를 높이면서 먼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1407m 고지인 황병산의 선자령에 충돌했고 뒤따라가던 최 중위의 전투기도 뒤이어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종의 비행착각이다. 2대 이상의 전투기가 기동할 때 뒤편 전투기는 앞서가는 전투기의 꽁무니를 따라가도록 돼 있다. 선자령에서 추락한 2대의 전투기 잔해가 동시에 발견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어 대위는 비행 경력이 500여 시간으로 기량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조종사였다.

2대의 전투기가 구름 속에서 충돌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 대위의 F-5E를 뒤따라가던 최 중위가 갑자기 악화된 기상으로 어 대위의 전투기를 놓쳤을 수도 있다. 그때 최 중위가 F-5F 전투기의 속도를 높여 따라가다 바로 앞에 있던 어 대위의 전투기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일 추락한 공군 18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의 잔해가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인근 선자령에 떨어져 있다. [평창=연합뉴스]

공군은 조종사의 의식 상실과 기체 결함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조종사의 의식 상실은 지상 공격을 위해 급강하하거나 서로 꼬리를 잡기 위해 급선회할 때 발생한다. 2대가 동시에 기체에 결함이 발생해 추락할 가능성은 드물다.

공군은 F-5 2대가 추락하자 같은 기종 180여 대의 비행을 중단시키고 비상 점검에 들어갔다. 사고 원인이 파악돼야 정상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락 전투기가 소속된 강릉기지는 공군의 최전방 전투기지여서 최고의 가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F-5 전투기=미국 노스롭이 1962년 개발해 베트남전에 투입한 전투기다. 공군은 65년 F-5A/B 100여 대를 도입하기 시작해 74년엔 F-5E/F를 들여왔다. 82년부터는 F-5E/F를 국내에서 생산해 ‘제공호’라고 불렀다. 한때 300대를 보유했으며 현재 A와 B형은 퇴역했다. 그러나 E와 F형도 사용한 지 30년가량 돼 수명이 다하고 있다. 공군은 차기 전투기 사업으로 새 전투기를 도입할 때까지 이번에 추락한 E와 F형의 성능을 개량해 2010년대 말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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