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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유해업소 '솜방망이' 단속 여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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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申모(18.고교2년)군은 학교 선배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 홍대앞 락카페를 찾았다.

5천원 짜리 맥주 1병을 시키면 서너시간 춤출 수 있어 평소 자주 들르는 곳이다.

申군은 "자주 이곳에 왔지만 나이를 묻거나 신분증을 보자고 한 적은 없다" 고 말했다.

지난 17일 신천동의 한 게임방.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음란사이트를 보는 성인들과 인터넷 게임에 열중한 청소년들의 열기가 뜨겁다.

저녁시간에 이 곳을 찾은 李모(16.송파구 신천동)군은 "친구들과 함께 자주 와 새벽까지 게임을 하곤한다" 고 말했다.

한창 게임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1시. 李군은 그제서야 자리를 떳다.

서울 신촌.홍대앞.영등포.신천 등 청소년 유해업소 밀집지역에 대해 '솜방망이'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들뜨기 쉬운 봄방학과 졸업 시즌을 맞아 당국의 단속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19세 미만 청소년은 일반음식점이나 유흥주점 등에서 술을 주문할 수 없으나 이를 지키는 업소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 오후 10시 이후에 청소년 출입이 금지되는 PC방이나 노래방도 새벽까지 청소년들로 북적이고 있다.

각 구청 직원들이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수천개의 업소를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대부분 구청들이 상설단속반을 구성하지 않고 직원들이 몇명씩 돌아가며 단속에 나서 일관성이 없고 책임감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의 유해업소 출입이 늘어나는 데도 단속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1천1백42개 업소가 적발된데 비해 올해는 6백95개소로 61%에 그쳤다.

청소년들이 항상 넘쳐나는 영등포 인근지역의 단속 대상 업소는 6천8백여개. 하지만 구청 직원이 매일 한명씩 돌아가며 겉치레 단속을 하고있다.

구청 관계자는 "하루 10개 업소를 돌기도 빠듯해 주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단속에 임한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홍대앞이나 신천지역 등은 영업시간 제한을 없애 매일 새벽 3~4시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나 단속은 새벽 1시 정도면 마무리돼 나머지 시간은 아예 단속의 사각지대가 되고있다.

시 관계자는 "일부 구청들이 형식적인 단속 활동을 벌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불법 영업이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며 "구청별로 단속 전담반을 설치토록 유도하고 시에 따로 구성한 단속 전담팀의 활동을 강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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