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한 파업은 공멸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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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우자동차가 다시 기로에 섰다.

노사간 감원협상이 결렬되면서 회사측은 1천7백50명의 정리해고를 강행하고 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노사가 모호하게 구조조정에 동의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물론 정부와 채권단 역시 그동안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이런 사태에 이르도록 한 것이 딱하기만 하다.

대대적 감원이라는 극단적인 수순을 밟지 않고 대우차가 회생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또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회생노력을 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노조원들의 아픔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대우차 사태가 더 지속돼선 안된다.

자본금은 이미 완전 잠식됐으며 영업을 할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1조원 가량 적자를 봤으며 매달 1천억원의 부도가 나고 있고, 채권단은 매일 5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

정리해고가 가장 중요하거나 유일한 회생책은 아니지만 그러나 회생의 첫발임에는 분명하다. 제너럴 모터스(GM)에 매각하는 것 외에 거의 다른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감원은 필요한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이런 판에 노조의 극한적인 파업은 "같이 망하자" 는 얘기밖에 안된다. 노조가 해야 할 일은 파업이 아니라 회사가 청산돼 더 큰 정리해고 사태가 오는 것을 막는 일이 아니겠는가.

대우차의 최고경영진 역시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회사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했는지, GM 매각만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정부 역시 노사와 채권단에만 일임하면서 방관하는 듯한 태도로 쳐다보기만 해선 안된다.

극한 파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될 공멸(共滅)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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