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항공기 승객 절반이 골프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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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주말 김포공항이 골프족으로 붐빈다. 유난히 눈이 많은 올 겨울 새 풍속도다.

눈 없는 남쪽을 향해 주말마다 수천명이 대합실을 가득 메운다. 이들이 떠나는 아침, 그리고 돌아오는 저녁 비행기의 짐칸은 이들의 골프백들로 만원이다.

주 목적지는 제주.부산.진주.울산.순천.경주 등. 그중 제주가 단연 인기다.

15일 폭설로 수도권 일대 골프장들이 일제히 문을 닫자 토요일인 17일엔 오전에만 4천명이 이용했다고 공항측은 밝혔다.

특히 제주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승객 6천6백여명 중 3천명 정도가 골프백을 갖고 탄 승객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9시 제주로 떠난 벤처기업 임원 鄭모(44.서울 청담동)씨는 "올 겨울엔 거의 매주말 제주에 간다" 며 "돈은 몇배로 들지만 어쩔 수 없다" 고 했다.

회사원 李모(37.서울 천호동)씨는 회사 사장 등 동료와 팀을 만들어 8시 진주행 비행기를 탔다.

"골프장이 공항에서 택시로 20분 거리 밖에 안돼 따뜻하게 당일 라운딩을 즐기고 올 수 있다" 는 게 그의 말이다.

대한항공 탑승수속팀 직원 孔모(40)씨는 "평소엔 골프승객이 전체 탑승객의 20% 선이었으나 올들어선 절반" 이라며 "때문에 주말은 좌석이 거의 매진된다" 고 전했다. 이들을 원망하는 소리도 적지않다.

사업차 매주말 서울~제주를 오간다는 金모(43.제주)씨는 "눈으로 결항도 잦은 데다 골프족 때문에 표 예약이 바늘구멍이 됐다" 고 불평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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