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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인디] 1. 펑크 록 밴드 노브레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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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인디 밴드는 한국 대중음악 발전의 중요한 자양분이다.

거대 기획사와 음반사, 지상파 방송사가 만들어낸 담합에 가까운 주류 음악계의 울타리 밖에서 자발적으로 밴드를 결성, 노래만 아니라 앨범까지 스스로 만드는 이들의 역동성과 자생력마저 없다면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에 희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라이브 공연과 연습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고 있는 한국의 주요 인디 밴드들을 만난다.

헤이 인디, 힘내라!

지상파 방송3사가 앞다퉈 가요 시상식을 하던 지난 연말.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http://www.ssamnet.com)은 '2000년 한국의 뮤지션 26인' 을 선정, 발표했다.

방송3사는 한결같이 몇몇 발라드 가수와 댄스 그룹에 집중적으로 상을 안겨줬지만 쌈넷이 선정한 뮤지션들의 면면은 달랐다.

'한없는 슬픔' 으로 돌아온 노장 포크 가수 한대수를 비롯해 핌프록으로 컴백한 서태지, 동물원에서 솔로로 나선 김창기, 록그룹 윤도현 밴드, 힙합 밴드 CB Mass, 메탈 밴드 크래쉬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포함됐다.

반면 방송3사와 스포츠신문들의 상을 석권한 조성모 등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과에 불만을 품는 이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음악적 역량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선정이었다.

1위를 차지한 뮤지션은 밴드 노브레인이다.

크라잉넛과 함께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펑크록밴드인 노브레인은 이성우(별명 불대가리.보컬).차승우(기타).황현성(드럼).정재환(베이스)으로 구성됐다.

96년 홍대앞 클럽 드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해 '청년폭도맹진가' 를 타이틀곡으로 낸 앨범이 첫 정규 앨범. 정재환이 99년말 군에 입대했고, 김정준이 세션으로 참가했다.

노브레인은 지난 97년부터 '아주 쾌활한' '경찰이면 다냐' '배고파' '바다사나이' '98년 서울' '정열의 펑크 라이더' 등을 싱글 앨범 혹은 다른 밴드들과의 합동 음반에 발표해 한국.일본 언더그라운드에서 명성을 얻었다.

98년엔 저예산 뮤직비디오 '바다사나이' 가 음악전문 케이블채널 m.net 영상음악대상에서 인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노브레인은 자신의 음악을 '대(大)조선 펑크' 라고 부른다. 펑크록을 기본으로 하되 한국인의 정서와 고민, 음악적 색깔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98년 가을 드럭을 떠나 독립 레이블이자 펑크 밴드 공동체인 '문화사기단' 을 결성한 이래 자본을 비롯한 모든 외부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밴드의 정신에 충실한, 역량있고 고집있는 인디 밴드의 전형을 보여줬다.

특히 인디 계열 최고의 기타 연주자로 꼽히는 차승우의 작사.작곡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1집은 '청년폭도맹진가' '십대 정치' 등이 들어있는 난투편과 '청춘은 불꽃이어라' '이 땅 어디엔들' 등이 들어있는 청춘예찬편 등 2장의 CD로 이뤄졌다.

난투편은 펑크록에 충실한 곡들을, 청춘예찬편은 스카.레게 리듬을 접목한 노래들을 담았다.

제작비가 일반 댄스그룹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저예산 앨범의 특성상 음질이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랑 타령 일색에서 탈피한, 사회비판적이고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가사를 담은 노래, '불대가리' 의 독특한 보컬, 탄탄한 연주 솜씨, 다양한 실험 정신 등이 앨범을 빛나게 한다.

그 흔한 TV 출연이나 이렇다 할 홍보 없이 3만장 가까이 팔렸다. 인디 앨범으로서는 상당한 판매량이다.

이들은 결성 이래 지금까지 전국을 돌며 1천회에 가까운 라이브 공연을 해왔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립싱크.개그로 일관하는 댄스그룹들과는 음악적 역량이 근본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또 이 땅에서 매일 매일 팬들과 살을 비빈다는 점에서, 외국에 살면서 잊어버릴만 하면 컴백한다고 요란을 떠는 뮤지션들과도 다르다.

우리 대중음악의 한줄기 청량한 수맥(水脈)을 지켜보는 마음으로 노브레인의 앞날을 주목한다.

최재희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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