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청과물시장 韓-멕시코계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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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신중돈 특파원]뉴욕 청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인 업주들과 이들이 고용한 멕시코계 근로자들간에 최저임금제.초과 근로수당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현재 한인이 운영하는 업체는 뉴욕시내 2천여개 청과상 중 60~70%를 차지하고 있고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인 멕시코계 근로자 1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한인 청과상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이윤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노조를 통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멕시코계 근로자들과 잦은 갈등을 빚어왔고 노조측은 한인 청과상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분쟁이 1990년 브루클린 한인 청과상 흑인 불매운동과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등 다른 인종과 충돌한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인 이민사회와 최근 급속히 인구가 늘고 있는 멕시코 이민 사회간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뉴욕주 법무장관 엘리엇 스피처와 노조측의 주장을 인용, 청과상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돈을 받고 주당 70시간씩 일을 하는 등 광범위한 노동법 위반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169지역 노조가 최근 몇주간 60여개 청과상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전단을 나눠주는 등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인 청과상들은 낮은 이윤 때문에 노조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동법 전문가를 고용하고 특별대책반을 운영하는 한편 갈등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벌이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가게를 처분하고 청과업계를 떠나는 한인 업주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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