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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속 지하철 첫 무임운행, 287만명 공짜귀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공짜승객 2백87만명. 못받은 운임 16억원.

32년 만의 폭설이 쏟아진 15일은 서울 지하철에도 몇개의 신기록을 세운 날이 됐다.

1974년 8월 1호선 개통 이래 27년 만의 첫 무임운행. 도로가 마비되면서 지하철로 승객이 몰리자 오후 2시 고건 서울시장 주재 대책회의에서 결정했다.

1~8호선 전구간과 철도청이 관할하는 외곽 국철 구간(서울~인천.수원.의정부.안산) 모두 대상이었다.

오후 6시 "손님 여러분, 지하철이 전면 무료 운행됩니다" 란 안내방송에 꽉 들어찬 승객들은 반겼다.

무임승차를 포함해 이날 오후 서울지하철을 이용한 승객은 모두 9백17만명. 1천40만 서울시민의 대부분이 한번씩 이용한 꼴이다.

상상을 초월한 인파로 역무원들은 초비상 근무를 했다.

오후 6시 이후 전날의 두배인 12만4천여명이 몰린 2호선 강남역은 비번까지 모두 불려나왔다.

부역장 강대신(45)씨는 "열차 안으로 승객들을 밀어넣다보니 나중엔 팔다리가 떨렸다" 며 "운행이 끝나고도 청소 등 뒷일을 하느라 밤을 꼬박 샜다" 고 했다.

"화장실마다 가득찬 휴지와 승객들 발에서 뭍어나온 계단의 눈을 치우느라 청소원 생활 2년 중 가장 힘든 하루였다. " 4호선 충무로역 禹모(58.여)씨의 말.

공짜운행은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날 지도부가 15억원의 파업배상 판결을 받은 서울지하철노조의 임명호 조직부장은 "파업손실까지 노조에 떠넘기면서 무료운행을 한 건 균형에 안맞는 처사" 라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시 정수용 도시철도팀장은 "엄청난 이미지 개선과 홍보효과를 거뒀다" 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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