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불리해도 문제지만 유리해도 문제다. 말하자면 축구의 ‘골 결정력’ 같은 것이다. 기막힌 솜씨도 수많은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는데 바로 그때 실축이 나온다. 더구나 ‘이창호’ 같은 태산북두가 앞에 앉아 있으면 ‘나도 모르는’ 이상한 수가 나오고 만다.
백△로 인해 바둑은 다시 한번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창호가 졌다”가 “모른다”로 변했고 이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역전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수가 등장한다. 바로 229. 이 수는 ‘참고도 1’ 흑1에 먼저 두는 게 수순이다. 백2는 3을 당하니까 둘 수 없다. 결국 ‘참고도 2’ 백2인데 그때 3으로 이으면 선수다(흑B 다음 C로 조이는 끝내기가 커서 받아야 한다). 실전과는 한 집 차이다.
‘한 집’을 놓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있다. 길고 긴 종반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