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땐 선생님이 학생 발 씻어주지만 졸업 땐 학생들이 씻어주게 할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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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제아는 없다. 문제 교사와 문제 학부모만 있을 뿐이다.”

2일 개교하는 경남 마산시 태봉고 여태전(49) 교장의 교육관이다. 문제 학생은 잘못된 교육관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들이 만들어 낸다는 역설이다.

이 학교는 국내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첫 입학생 45명이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보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교과 과정을 통해 공부를 한다. 그는 국내 최초의 사립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 교감을 지냈다. 물론 처음부터 대안학교 교사는 아니었다. 1988년 첫 발령을 받은 여고에서 욕설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공교육의 위기를 느꼈고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개교를 하루 앞두고 학생들과 학교 곳곳을 청소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의미는.

“세상이 바뀌면 새로운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관료적인 생각이다. 그동안 사립 대안학교는 공교육을 자극시키고 교사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대안교육을 개척해 냈다. 이제는 공립 대안학교가 더 늘어나 질적인 향상을 이뤄 내야 한다. 전국 130곳의 사립 대안학교에 5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할 정도로 새 교육에 대한 욕구가 팽배해 있다.”

-대안교육과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건가.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융합을 시도해 보겠다. 21세기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관심 영역을 찾아낸 뒤 지역사회 전문가를 길잡이 교사(멘토)로 확보해 일대일 도제식 교육을 시키겠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문제 학생’이라는 편견이 일부 존재한다.

“(화를 내며) 대안학교 학생을 일반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꼴통’으로 보지 말라. 드러난 현상만 보고 미리 낙인찍고 아이들을 상처받게 하지 말라. 딱딱하고 획일적인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새 교육에 희망을 거는 아이들이다. 문제아는 없다. 문제 교사와 문제 학부모만 있을 뿐이다.”

-문제아가 없다니.

“사회문화적 배경이 위기 청소년을 만든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어른 흉내를 내는 걸 단죄해서는 안 된다. 학교 교육 개혁을 바란다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일과성 문제를 인생의 전체로 봐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 성적만으로 서열화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성찰한다면 문제아는 없어진다.”

-입학식 날 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 주는 세족식을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다. 입학식 때는 교사·학부모가 학생들의 발을 씻어 주지만 졸업식 때는 학생들이 교사와 학부모의 발을 씻어 주게 할 계획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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