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 여는 첫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마산 태봉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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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 태봉고 여태전 교장(가운데)이 1일 기숙사에 들어온 신입생 백지원 학생을 업어 주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일 오후 경남 마산시 진동면 태봉리 태봉고등학교 기숙사. 1학년 신입생들이 학부모들과 함께 짐을 들고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입구에 선 교사들은 들어오는 학생들을 한 명씩 껴안았고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눴다. 먼저 온 학부모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화장실과 복도를 청소하느라 바쁘다. 걸레로 침대를 닦아내고 화장실까지 물로 씻어낸다. 입학식을 하루 앞둔 태봉고의 모습은 이랬다. 태봉고는 국내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경남도교육청이 67억원을 들여 1년여 공사 끝에 2일 개교한다.

국내 첫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마산 태봉고 전경.

학생들은 입학식 이후 5일까지 개교 축제 연습을 한 뒤 6일 교내 체육관에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여는 ‘개교 축하 한마당’ 행사를 펼친다. 입학식을 하자마자 책부터 펴는 일반고등학교와 시작부터 다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토요일 축제를 여는 것은 학부모들을 참석시켜 학교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다. 학부모와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넓혀 교육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또 하나는 학생들이 공부에 부담을 느끼기보다 즐겁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부를 즐겁게 하면 그만큼 효율도 크기 때문이다. 개교 축제에서는 학생들이 뮤지컬과 난타를 공연하고, ‘사운드 오케스트라’도 선보인다. 또 교육감과 교장·교사들이 학생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도 계획돼 있다.

교육과정도 일반 공립학교와 다르다. 일반 교육과정은 56%인 반면 특성화 과목이 44%나 된다. 특성화 과목은 학교철학, 진로체험, 자립교과, 예술체육으로 나뉜다. 학교철학에는 명상시간이 주당 1시간 들어 있다. 진로체험은 학생들의 관심영역을 찾아낸 뒤 지역사회 전문가를 길잡이 교사(멘토)로 확보해 일대일 도제식 교육을 시킨다. 자립교과는 텃밭 가꾸기·요리·생활원예·집 짓기를 하면서 손수 의식주를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예술체육이 일반고에서는 찬밥이지만 태봉고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지식보다 감성이 중요한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업방식도 독특하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학생들은 4명이 한 조가 돼 교사가 내주는 주제를 놓고 서로 토론을 벌인다. 예를 들어 ‘행복이 무엇이냐’는 주제로 주관·객관적 시각을 놓고 토론을 벌인다. 교사는 학생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과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학생끼리 배움이 일어나도록 도움을 줄 뿐이다. 결론이 나면 발표를 하거나 퍼포먼스로 표현을 하고는 끝낸다. 과학수업도 과제를 놓고 학생끼리 토론을 벌여 결론을 내리게 한다. 일본 공교육에서 도입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다.

학생도 다양하게 뽑았다. 성적은 뛰어나지만 입시 위주 교육을 못 견디는 아이, 일반고에서는 하지 못하는 음악을 실컷 하고 싶은 아이, 물건을 훔치다 관찰보호 대상이 된 아이, 부모 없이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아이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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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시절 성적이 탁월했던 강시내(16)양은 중학교 교사들이 대안학교 진학을 말리는 것을 겨우 설득했다. 강양은 “음악을 공부하고 싶은데 일반학교에서는 불가능해 태봉고를 찾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양숙(57·시인)씨는 “시내가 시험에 찌든 생존경쟁을 떠나서 자기 꿈을 펼칠 곳을 찾다가 공립 대안학교여서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글=마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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