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아침마다 달리니 수업 태도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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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교시 수업 시작 전에 허들이 설치된 운동장을 달리고 있다. 아침 달리기 이후 어린이들의 체력이 많이 향상됐다. [안성식 기자]

서울 성북초등학교 전교생 544명은 아침마다 운동장을 달린다. 지난달 10일 오전 8시, 전날 내린 비로 운동장 곳곳엔 물웅덩이가 패었다. 하지만 질척한 운동장이 아이들의 질주 본능을 막진 못했다. 허리까지 오는 허들을 넘으려다 가랑이가 걸려버린 1학년 개구쟁이부터 편을 짜 계주를 벌이는 6학년 형들까지 모두 몸이 가벼운 듯 보였다.

“선생님 스티커 주세요.” 세 바퀴를 돈 2학년 심도연(8)양이 호루라기를 문 신승현 체육담당 교사에게 손등을 내밀었다. 빨간 스티커를 붙여주자 도연이는 자랑하듯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신 교사는 “스티커를 다 모으면 선물을 주는데 그걸 받고 싶어서 아이들이 꼬박꼬박 나온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성북보건소가 성북초등학교와 결연을 맺고 ‘아침건강달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운동량이 적은 요즘 초등학생들의 체력을 기르는 게 목적이었다. 1·2학년은 세 바퀴, 3·4학년은 네 바퀴, 5·6학년은 다섯 바퀴 이상을 일주일에 세 번씩 의무적으로 달리게 했다.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 시작 전과 후의 체력도 테스트했다. 지난해 12월 사후 테스트에서 체지방은 감소하고, 순발력·근지구력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처음엔 한 바퀴를 뛰기도 벅찼던 아이들이 이제는 서너 바퀴를 해낸다. 2학기부터 학년당 뛰어야 할 바퀴 수를 한 바퀴씩 늘렸다.

올해 4학년이 되는 박현영(10)양은 “운동하는 게 힘들고 지루했는데 지금은 공부보다 더 재밌다”며 “일곱 바퀴도 뛰는데 남자애들보다 더 잘한다”고 했다. 박양의 어머니 양영옥(38)씨는 “아이가 식욕이 좋아져 뭐든지 잘 먹는다. 평소보다 30분씩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생겼다”고 자랑했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도 달라졌다. 3학년 담임인 송준호 교사는 “저학년은 잠시라도 가만있지 못하는데 아침 달리기를 하고 나면 집중력이 높아져 지도하기가 편하다”고 했다. 신승현 교사는 “다른 학교도 시도했다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유인’책을 썼다”고 했다. 저학년이 좋아하는 허들을 설치했다. 뒤로 달리기, 이어달리기, 경보 등 다양한 달리기 방식을 도입했다. 스티커와 포상도 아이들의 참여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2010학년도 새 학기 달리기는 이달 둘째 주부터 시작한다. 올해 목표는 전교생이 5㎞ 단축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체력향상 프로그램을 넣어 유연성과 심폐지구력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성북초의 달리기는 관내 다른 학교로 퍼지고 있다. 올해부터 석계·석관·성신 초등학교도 아침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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