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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녀시대’ 서울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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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군대에 떠도는 우스개 한 토막. ‘군인은 세 가지에 충성한다. 첫째는 나라, 둘째는 상관, 셋째는 소녀시대.’ 유독 오빠·삼촌 팬이 많은 그룹 ‘소녀시대’의 명성을 우스개로 풀어낸 말이다. 걸그룹 전성 시대를 이끌고 있는 아홉 명의 소녀시대. 올 초 발매된 정규 2집 ‘Oh!’가 20만장 판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포브스코리아’의 파워 셀리브리티(celebrity) 조사에서도 김연아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들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선 소녀시대의 막강 파워를 입증하는 공연이 열렸다. 소녀시대의 아시아 투어 앙코르 콘서트. 6500여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매웠다. (※소제목은 소녀시대의 노랫말)

#‘오빠 나 좀 봐~’

소녀시대가 서울 콘서트에서 ‘울랄라’를 부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오프닝은 천사의 강림이었다. 천사로 분장한 멤버들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순간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공연도 7080 남성 팬들이 장악한 형세였다. 간혹 여성 팬들의 외침도 들렸지만, 남성들의 선 굵은 목소리가 객석을 압도했다. 곳곳에서 “윤아야 오빠 군대 가” “삼촌이야, 서현아” 같은 익살스런 구호도 들렸다. 소녀시대가 “삼촌 팬들도 많이 오셨죠”라고 묻자 군대 연병장에서나 들을 법한 ‘네~’라는 절도 있는 대답이 터져 나왔다. ‘지지지지’ 같이 익숙한 후렴구를 따라 할 때는 장대한 남성 합창처럼 들리기도 했다.

#‘너무너무 멋져 눈이눈이 부셔~’

무대의 짜임새도 열광을 고조시켰다. 이날 공연에는 플로어 객석을 휘감는 바둑판 모양의 무대가 설치됐다. 멤버들이 넓은 무대를 뛰어다니며 팬들과의 직접 접촉에 나섰다. 후반에는 멤버들이 아예 2층 무대에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또 무대에 설치된 대형 LCD는 소녀시대의 콘셉트에 적합한 아기자기한 배경 영상을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동화’를 부를 때는 멤버들을 요정으로 둔갑시킨 듯한 강렬한 색채의 애니매이션이 인상적이었다.

#‘동생으로만 생각하진 말아~’

소녀시대는 이날 ‘다시 만난 세계’ 등 댄스곡은 물론 ‘디어 맘(Dear, Mom)’과 같은 발라드도 적절히 배치해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소녀와 여인을 오가는 앙증맞고 섹시한 패션은 다채로운 음악을 매력적으로 떠받쳤다. 특히 9명 멤버 전원이 개별 무대를 통해 나름의 끼를 발산했다. ‘Umbrella(티파니)’ ‘Hushhush(태연)’등 유명 팝을 주로 불렀다. 개별 예능 활동과 단체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소녀시대만의 매력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2집 앨범의 수록곡도 맛깔스러웠다. 앙코르 곡으로 부른 타이틀 ‘Oh!’는 후크송(특정 멜로디가 반복되는 노래) 전략을 이은 곡이다. ‘오오오오 오빠를 사랑해’라는 멜로디가 유혹적으로 반복된다. 남성 팬을 직접 겨냥한 가사이기도 하다. 기획사의 전략에 휘말렸든, 소녀시대만의 매력에 사로잡혔든, 이날 오빠·삼촌팬들의 심장은 요란하게 파닥였다. 소녀인 듯 여인인 듯 매혹적인 여동생들에게 맘껏 빠져 들었던 세 시간이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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