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르 출신 만화가 웅게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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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각 나라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하는 하나의 유럽, 이것이 우리 알자스가 꿈꾸는 미래상이다."

알자스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풍자 만화가인 토미 웅게러(69.사진)는 "알자스의 지역주의는 과격한 분리운동을 추구하는 프랑스 코르시카섬, 스페인 바스크 지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고 강조했다.

- 알자스는 다른 지역과 어떻게 다른가.

"알자스는 폭력을 혐오한다.우리가 오랫동안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폭력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1940년 알자스가 나치에 병합된 뒤 프랑스어로 말하고 쓰는 게 금지됐다. 45년 다시 프랑스 땅이 됐을 때는 반대로 독일어 교육이 금지됐다. 이러한 어리석은 역사의 반복을 통해 우리는 폭력이나 증오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으며 우리에겐 더 중요한 숙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 어떤 숙제를 말하나.

"알자스의 정체성과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알자스에는 프랑스에 없는 알자스만의 법이 많다. 국적이 자주 바뀌다 보니 생긴 결과지만 보다 자연친화적인 사냥 관련 조례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 사회보장법 등이 그 좋은 예다. 이들이 잘 굴러가고 있는데 프랑스법과 다르다는 이유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이를 참고 삼아 다른 지방에서도 자기 실정에 맞는 법체계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 알자스지역에는 독자성을 주장하는 프랑스인들이 많은가.

"과거 이같은 주장을 하다 프랑스의 국수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중앙집권적 전통이 강한 프랑스도 수년 전부터 문화의 80%가 지방에서 생산될 정도로 지방 분권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대세다. 하지만 영국이나 스위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이웃 나라들에 비해 프랑스는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다. 프랑스인이냐 독일인이냐를 떠나 우리는 하나의 유러피언이다. 하지만 진정한 유러피언이 되기 위해 보다 많은 권한의 지역 이양이 필요하다."

- 프랑스.독일어를 둘 다 사용하는데 어느 나라와 더 친숙한가.

"알자스가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프랑스보다는 독일에 가까운 게 사실이지만 알자스인들은 과거 프랑스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프랑스공화국의 정신을 가졌다. 독일의 프랑스인이 되기보다는 프랑스의 독일인으로 남고 싶다."

스트라스부르=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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