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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2004년 대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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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4년 대한민국

서울의 한 의원.

20대 초반의 여인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

스스로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고통받고 고통을 주던

몸과 마음이…

내 손은 그의 얼굴에

미의 여신을 조각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증오하는

그의 마음도 표백한다.

타고난 얼굴과 몸은

자유 의지와는 무관한 것.

그래서 사람은 이를 수정할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아래 나는

마술사의 경지에 도전한다.

얼굴과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성형마술사…

그뿐이랴. 튀고 싶어하는

가슴에 하트 문신을 새기고

입술에 봉숭아물도

들여준다. 인공색소로.

대머리 아저씨의

감추고 싶은 앞이마에는

가느다란 희망을

3000개씩 심어준다.

그런데 문신 좀 해주고

머리카락 이식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겨

수고비 줬다는 이유로

이렇게 창조력 충만한

인체예술가를 옭아매다니.

의료법 위반이라면 몰라도

보건범죄단속 특별법이라니.

그만한 일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순 없다.

간첩도 국가보안법 없애고

형법으로 의율하겠다는

이 개명천지에…

*서울의 일부 의사가 불법 모발이식, 문신 시술 등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보건범죄단속 특별법이 적용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만 의료법이 적용되면 면허 정지에 그쳐 법 적용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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