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한민국
서울의 한 의원.
20대 초반의 여인이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
스스로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고통받고 고통을 주던
몸과 마음이…
내 손은 그의 얼굴에
미의 여신을 조각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증오하는
그의 마음도 표백한다.
타고난 얼굴과 몸은
자유 의지와는 무관한 것.
그래서 사람은 이를 수정할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 아래 나는
마술사의 경지에 도전한다.
얼굴과 몸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성형마술사…
그뿐이랴. 튀고 싶어하는
가슴에 하트 문신을 새기고
입술에 봉숭아물도
들여준다. 인공색소로.
대머리 아저씨의
감추고 싶은 앞이마에는
가느다란 희망을
3000개씩 심어준다.
그런데 문신 좀 해주고
머리카락 이식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겨
수고비 줬다는 이유로
이렇게 창조력 충만한
인체예술가를 옭아매다니.
의료법 위반이라면 몰라도
보건범죄단속 특별법이라니.
그만한 일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순 없다.
간첩도 국가보안법 없애고
형법으로 의율하겠다는
이 개명천지에…
*서울의 일부 의사가 불법 모발이식, 문신 시술 등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보건범죄단속 특별법이 적용되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만 의료법이 적용되면 면허 정지에 그쳐 법 적용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조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