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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용극장 문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영화 배급의 새로운 형태가 선보였다.

미라맥스의 디지털 영화 '바운스' 가 인공위성을 통해 스물다섯곳의 극장에서 상영됐다. 물론 상영도 디지털 프로젝터를 사용했다.

국내에도 이런 디지털 영화 전문상영관이 오는 9월께 대학로에 들어선다. 디지털 프로젝터와 위성수신 장비가 장착된 두 개의 극장에서 디지털 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한다.

극장이 완성되면 주로 답답한 인터넷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디지털 영화를 대형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인터넷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다찌마와 리' (유승완 감독)의 시원한 액션을 일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 극장의 개관은 특히 영화제작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6㎜ 카메라를 이용해 최근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디지털 영화들이 사장되지 않고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제작비 절감 효과도 있다. 최근 개봉한 디지털 상업영화의 대표격인 '눈물' (임상수 감독)이나 '봉자' (박철수 감독)가 극장 개봉을 위해 디지털 작품 원본을 35㎜ 필름으로 전환하는 데 만만찮은 돈이 드는 것에 비해 디지털 전용극장에선 이같은 별도의 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또 인공위성을 통하면 지금처럼 필름을 수십벌 복사해 배급할 이유가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초기에 관련 장비를 구비하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기존 필름영화의 복사비.운송비 등이 빠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2002년부터 인공위성.DVD 등 디지털 형식을 통해 모든 영화를 배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 사전 작업으로 지난 2년 동안 전세계 30여 극장에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극장의 한 개 관에 설치된 게 그중의 하나. 서울극장에선 '다이너소' '102 달마시안' 등의 애니메이션을 여러 장의 DVD로 받아 상영했다.

같은 영화를 일반 극장용 필름으로 변환한 것보다 선명한 화면, 웅장한 음향 등이 돋보였다.

국내의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들도 내년부터 극장 한 곳 정도를 디지털 전용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디지털 영화 제작도 활기를 띠고 있다. 6㎜ 카메라로 찍는 저예산 실험영화 수준을 넘어 고가의 고선명(HD)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상업영화가 속속 추진되고 있다. '바이센테니얼 맨' '퍼펙트 스톰' 등과 같은 형식이다.

영화사 디지털네가는 '링' 을 연출한 일본 감독 나카다 히데오의 '라시트 신' 제작을 완료한 상태.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에피소드' 를 찍을 때 사용했던 HD24 카메라를 동원했다.

조성규 대표는 "일반 카메라를 사용했을 때보다 촬영기간이 크게 단축됐고 편집.색보정 등 후반작업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강제규 필름.MBC 프로덕션 등도 HD카메라를 구입하고 디지털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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