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금고 불법대출액 '정게이트' 4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동아금고 대주주의 거액 불법대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부실금고 뒤에는 부실 경영주가 있다' 는 금고업계의 격언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동아금고 대주주인 김동원(64.사진)씨가 빼낸 고객 돈은 2천5백88억원으로 지난해 나라 안팎을 시끄럽게 했던 '정현준 게이트' 의 불법대출금 6백37억원의 4배가 넘는다.

金씨는 불법대출금 가운데 57억원만 갚았으며, 나머지 2천5백31억원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돈의 행방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 이라며 "해외로 도피하면서 거액을 일시에 처리하긴 쉽지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동아금고 사태는 업계 최우량으로 알려진 곳에서 불법대출이 빈번히 이뤄졌으며, 감독당국이 1999년 두차례나 점검했는데도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금감원측은 "당시 정기검사 대상이 아니고 계좌추적을 하지 않아 불법대출을 적발하지 못했다" 고 해명했다.

동아금고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 89억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7.24%로 업계 최우량 금고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감원의 검사 결과 실제 BIS비율은 자본이 잠식된 마이너스 20.66%로 대부분 회계장부를 조작한 과대포장이었음이 드러났다.

금감원은 김동원씨의 불법대출이 고의.계획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金씨는 64명의 이름을 빌려 3백여차례에 걸쳐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객 돈을 집중적으로 빼냈으며, 영업정지일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알려진 金씨는 정원수 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모아 82년 동아금고를 인수했다.

그는 99년에 하나.국민금고(현 오렌지금고)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밖에 金씨는 안성농축과 그린개발이란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국증권 주식(약 6%)도 갖고 있다.

金씨는 지난해 코스닥 종목과 미등록기업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고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다시 파장이 일까 걱정하고 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잠잠해지는가 싶던 업계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졌다" 며 "영업정지 상태인 만큼 예금자 피해나 예금인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