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비중 높여 증시 '안전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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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정부가 8일 밝힌 증시활성화 대책은 연기금들이 주식투자를 확 늘려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취약한 상태에서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인.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시장이 출렁거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우사태 이후 신용이 땅에 떨어진 투신사의 역할을 보완할 새로운 기관투자가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

◇ 왜 나왔나〓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기관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현재 17%(시가총액 기준)에 불과해 기관 비중이 50%를 웃도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주식시장 전체에서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24%, 영국이 33%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1%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국내증시의 큰 손 역할을 해왔던 투신사들은 1999년 8월 대우사태가 터진 이후 수탁고가 1백조원 이상 줄어든 채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관투자가의 비중을 높여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려면 연금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우선 연기금 주식투자전용 펀드를 만들어 돈을 끌어모으고 규모가 작은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 투자풀(Investment Pool)을 만들 것을 구상했다.

주식투자 전용펀드는 1월 말 현재 1조8천억원을 모았고, 3월 말까지 1조2천억원을 더 모을 계획이다. 소규모 연기금의 투자풀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 주식투자 비중 어떻게 높이나〓국민.공무원.사학연금 및 우체국보험기금 등 4대 연금의 지난해 말 현재 자산규모는 총 7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규모는 총자산의 11%인 8조원(직접투자 3조원.간접투자 5조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총자산의 11%에 해당하는데 이를 2003년까지 총자산의 20%인 25조원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들 4대 연금이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만큼 각 기금내에 설치돼 있는 기금관리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기금 스스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주식투자 전용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방식의 활용부터 직접 주식을 사는 방법까지 기금 스스로 투자방안을 마련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소규모 연기금 투자풀제를 다음달 말까지 구체화하는 한편 60개 연기금 중 법령상으로 주식투자를 못하게 돼 있는 29개 연기금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미국 증시에서 기업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조2천억달러에 이르는 점을 감안, 국내에도 기업연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연금 도입은 매달 기업과 근로자가 일정한 금액을 내는 '확정갹출형' 상품을 우선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과 소득세법.법인세법 등을 고치기로 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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